기다린 구위형 1선발이 왔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환상적인 한국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에르난데스는 자신이 가진 7개 구종을 다채롭게 던지며 위력적인 탈삼진 능력을 자랑했다. 변화구 중 가장 많이 던진 스위퍼가 돋보였다.
에르난데스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78구를 던지며 5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데뷔전에서 위력적인 'KKKKKKK' 삼진쇼를 펼쳤다. LG는 타선까지 폭발하며 10-3으로 승리했다.
1회 마운드에 오른 에르난데스는 데뷔전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 첫 타자 정수빈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강승호를 스위퍼로 헛스윙 삼진을 잡고, 2루 도루를 시도한 1루주자 정수빈이 태그 아웃됐다. 포수 박동원이 에르난데스의 부담을 덜어줬다. 에르난데스는 2사 후 제러드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지만 양의지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2회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지며 KKK로 끝냈다. 양석환은 144km 직구, 김재환은 134km 스위퍼, 허경민은 147km 직구를 결정구로 삼진을 잡아냈다. 3회도 1사 후 스위퍼를 결정구로 이유찬과 정수빈을 연거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4회 2사 후 양의지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양석환을 유격수 뜬공으로 이닝을 마쳤다. 5회 김재환, 허경민, 전민재를 범타로 처리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경기 전 에르난데스와 첫 대결을 앞두고 “지금 타격 컨디션들이 나쁘지 않기에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라인업을 짰다”고 했다.두산은 앞서 2경기에서 7점-8점을 뽑았는데, 에르난데스 상대로 5이닝 동안 제러드의 솔로 홈런 1방으로 1점을 뽑는데 그쳤다. 출루 자체가 2안타 1볼넷 뿐이었다.
에르난데스는 이날 직구 최고 구속 150km를 찍었다. 두산 전력분석팀에서 제공한 에르난데스의 투구 분석표에는 직구 35개, 스위퍼 21개, 싱커 5개, 커터 6개, 슬라이더 4개, 커브 5개, 체인지업 2개였다. 7개 구종을 던진 것으로 나왔다.
스위퍼가 위력적이었다. 스위퍼는 21개 중 15개가 스트라이크로 71% 비율로 높았다. 삼진 7개 중에서 5개가 스위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스위퍼는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았다. 에르난데스는 “스위퍼는 커리어 내내 던졌고 또 하드 슬라이더로 강하게 떨어지는 것도 던지고 있다. 커브를 최근에 연마하고 있는데 구종들이 전체적으로 손에서 잘 나왔고 만족스럽게 제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LG에 와서 첫 불펜 피칭을 하면서 코칭스태프로부터 커브 구종도 권유를 받았다. 에르난데스는 “코칭스태프에서 커브를 던져야 된다고 말씀을 해 주셨고, 그렇게 해야만 타자를 상대로 승부할 때 완급 조절이 되기 때문에 커브를 던지는 게 좋겠다고 했다. 연습한 대로 자신있게 던진 게 잘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7개의 다양한 구종에 대해서 에르난데스는 “LG에 와서 첫 인터뷰를 할 때도 언급했는데 결정구는 타자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내가 던지는 구종들이 모두 상황에 따라서 결정구가 될 수 있고,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구종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첫 경기가 어떻게 풀리느냐가 중요한데 시작을 잘 풀어내면서 좋은 쪽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우타자에게는 스위퍼, 좌타자에게는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어가며 예상했던 70~80개 안에서 5이닝을 책임져주며 좋은 피칭을 해주었다”고 칭찬했다.
에르난데스는 경기 후 데뷔전 첫 승 소감으로 “굉장히 기분이 좋다. 첫 경기를 잘 시작한 것 같아서 만족스럽고 무엇보다 팀이 지난 2경기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 이겨서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에르난데스는 “1회 올라왔을 때 굉장히 긴장했다. 팬들의 함성이 워낙 커서 긴장이 많이 됐다. 집중을 할 수가 없었는데 혼잣말로 그냥 평상시처럼 하면 된다. 그냥 보통대로 하자라고 스스로 되뇌였고, 그렇게 해서 집중을 했던 결과 경기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무더위 폭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에르난데스는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베네수엘라 날씨가 약간 지금 한국 날씨와 비슷하다. 더운 날씨는 좀 익숙하고 적응이 돼서 편하게 던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첫 등판이라 78구에서 교체됐다. 에르난데스는 “팔 상태는 괜찮다. (첫 경기라)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조금 힘이 부치는 게 좀 있었다. 다음 등판에는 100구까지 던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