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52) 감독이 단단히 화가 났다.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시즌 첫 퇴장을 당했지만 팀 패배를 막진 못했다. 지구 1위 자리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뼈아픈 1패였다.
로버츠 감독이 이끄는 다저스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를 4-9로 패했다. 4회까지 4-1로 앞서던 경기였지만 5회 2점, 6회 5점을 내주면서 역전패했다. 필라델피아 3연전을 1승 후 2연패 루징시리즈로 마무리했다.
다저스로선 심판 판정이 아쉬운 경기였다. 4-3으로 앞선 6회초 무사 2루에서 필라델피아 브랜든 마쉬가 3루 쪽으로 푸시 번트를 댔다. 다저스 3루수 키케 에르난데스가 앞으로 달려나와 공을 잡은 뒤 3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미겔 로하스에게 송구했다.
로하스의 글러브가 2루 주자 알렉 봄의 왼쪽 다리를 먼저 태그했다. 아웃으로 보였지만 3루심 헌터 웬델스테트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로하스가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면서 공을 받기 전 2루 주자 봄의 주로를 막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루 방해로 로하스 실책이 기록됐다.
하지만 리플레이를 보면 로하스가 공을 받기 전까지 베이스를 막지 않았다. 공을 받은 뒤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로하스의 왼발과 봄의 왼발이 부딪쳤다. 고의적인 주루 방해로 보기엔 어려웠다.
이에 로버츠 감독이 덕아웃에서 뛰쳐나와 항의했다. 로하스도 펄쩍 뛰었지만 원심은 번복되지 않았다. 로버츠 감독이 판정에 불복하고 항의를 이어가자 주의를 주던 웬델스테트 심판이 퇴장을 명령했다. 로버츠 감독의 통산 12번째이자 시즌 첫 퇴장.
경기 후 2루심을 맡았던 마빈 허드슨 심판조장은 “로하스가 공이 없는 상태로 베이스 앞에 있었다. 주자를 막은 것이다. 새로운 방해 규칙에 따르면 공을 갖고 베이스 앞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주루 방해가 맞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이후 경기 흐름이 필라델피아로 넘어갔다. 1사 1루가 돼야 할 상황이 무사 1,3루로 바뀌자 다저스는 투수를 알렉스 베시아에서 조 켈리로 교체했지만 실패했다. J.T. 리얼무토의 3루 땅볼로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4-4 동점이 된 뒤 켈리의 제구가 흔들렸다. 볼넷 2개를 주며 이어진 2사 만루에서 폭투로 결승점을 내준 뒤 카일 슈와버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다저스로선 오심으로 인한 패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경기 후에도 이 판정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LA타임스’를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버츠 감독은 “웬델스테트 심판이 콜을 놓쳤다. 끔찍한 판정이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 판정이 경기를 바꿨다. 웬델스테트는 훌륭한 심판이지만 이번에는 잘못했다. 그게 팩트”라는 말로 분노했다.
이어 로버츠 감독은 “로하스는 베이스 앞에서 약 2피트 정도 거리에서 수비를 했고, 다리를 넓게 벌려 태그를 시도했다. 상대 주자의 주로를 열어줬. 이 규칙의 목적은 내야수가 베이스를 막아 주자에게 부상을 입히게 하지 않는 데 있다”며 로하스의 움직임에는 고의성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로하스도 억울해했다. 그는 “난 규칙을 알고 있다. 베이스를 막으려고 하지 않았고, 누구도 다치게 하려고 하지 않았다. 상대 선수를 방해하려는 것도 아니었고, 단지 태그를 하려고 했을 뿐이었다”며 “심판이 미리 판정을 결정하고 이목을 끌기 위해 그렇게 한 것 같다. 심판이 영웅이 되려고 한다. 심판 한 명이 경기와 시리즈를 바꾼 건 안타까운 일이다”며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로하스는 “그 판정이 아니었더라면 우리 쪽으로 흐름이 넘어와 이닝을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패배로 직결된 판정이라고 지적했다. 로버츠 감독은 “좋은 팀에게 패했지만 정말 실망스럽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판정에 거듭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