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마저 무너뜨렸다. 김유진(24, 울산광역시체육회)이 한국 태권도 여자 57kg급 선수로는 16년 만에 올림픽 결승에 오르면서 금메달까지 단 한 걸음만 남겨뒀다.
세계랭킹 24위 김유진은 8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8강에서 뤄쭝스(중국)를 라운드 점수 2-1(7-0 1-7 10-3)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김유진은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한국 태권도가 이 체급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2008 베이징 대회 임수정(금메달) 이후 16년 만이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정재은), 2004 아테네(장지원)에 이어 임수정까지 3대회 연속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지만, 이후로는 명맥이 끊긴 상태였다.
하지만 김유진이 연달아 정상급 강자들을 꺾고 결승까지 오르면서 계보를 잇기 직전이다.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2위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다. 결승전은 9일 오전 4시 37분에 열린다. 한국 태권도는 전날 남자 58kg급에서 박태준(20, 경희대)이 수확한 금메달에 이어 이틀 연속 우승 소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김유진은 앞서 열린 대회 16강에서 세계랭킹 5위 하티제 퀴브라 일귄(튀르키예)를 2-0(7-5 7-2)으로 꺾고 올라왔다. 그는 1라운드에서 연달아 상대 머리 가격을 가격하며 점수를 쌓았고, 일귄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며 먼저 웃었다.
3라운드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김유진은 두 번째 라운드에서도 머리 타격으로만 6점을 따냈다. 그는 남은 시간을 안정적으로 보내면서 일귄을 가볍게 누르고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유진은 8강에서도 스카일라 박(캐나다)를 상대로 2-0(7-6-0 9-5) 완승을 거뒀다. 스카일라 박은 한국인 아버지와 칠레·이탈리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선수로 세계랭킹 4위를 자랑하는 베테랑 선수였다.
하지만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김유진의 발차기가 더 매서웠다. 183cm인 그는 초반부터 긴 다리를 활용해 스카일라 박을 몰아세웠다. 김유진은 연달아 몸통과 머리 공격을 성공하며 1라운드 역전승을 거뒀고, 2라운드에서도 머리를 두 차례나 가격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김유진의 준결승 상대는 세계 최강 뤄쭝스. 그러나 세계랭킹은 숫자는 불과했다. 김유진은 1라운드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그는 종료 1분여를 남기고 기습적인 머리 공격으로 점수를 따냈다. 처음엔 득점 인정되지 않았으나 비디오 판독이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김유진은 종료 19초 전 다시 한번 머리 공격을 꽂아넣으며 1라운드를 가져왔다.
뤄쭝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김유진은 2라운드 내내 공격에 애를 먹었고, 오히려 여러 번 감점을 받았다. 2라운드는 뤄쭝스가 7-1로 크게 이겼다.
그래도 마지막에 웃은 쪽은 김유진이었다. 그는 3라운드 들어 3연속 머리 공격을 성공했고, 10-0으로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를 매조지었다.
결국 김유진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자 뤄쭝스를 따돌리고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뤄쭝스는 그랜드슬램(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올림픽)까지 올림픽 금메달만 남겨두고 있었으나 김유진의 돌풍에 가로막히며 꿈이 좌절됐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