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후 3경기 연속 5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투구수 빌드업 과정을 밟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낯설다. 천하의 클레이튼 커쇼(36·LA 다저스)가 5회 첫 실점을 하자마자 강판됐다.
커쇼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4⅔이닝 5피안타 1사구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다저스 타선이 침묵하면서 2-6으로 졌고, 커쇼는 시즌 2패째를 안았다. 평균자책점은 5.87에서 4.38로 낮췄다.
지난해 11월 왼쪽 어깨 관절와상완 인대 및 관절낭 복구 수술을 하고 8개월 재활을 거친 커쇼는 지난달 2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복귀했다. 이날 4이닝 6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막고 승패 없이 물러난 커쇼는 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3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7실점(3자책)으로 조기 강판되며 패전을 안았다.
그리고 3번째 등판이 된 이날 필라델피아전은 4회까지 무실점으로 흠 잡을 데 없는 투구를 했다. 1회 필라델피아 1번 카일 슈와버를 커브로 헛스윙 삼진 잡고 시작한 커쇼는 1~2회 연속 삼자범퇴로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4회 1사 1,2루 위기에선 알렉 봄을 헛스윙 삼진, J.T. 리얼무토를 3루 땅볼 유도하며 위기 관리 능력도 보여줬다. 결정구는 모두 커브였다.
그러나 5회 1사 후 오스틴 헤이스에게 좌측 라인드라이브 2루타를 맞은 뒤 브랜든 마시를 몸에 맞는 볼로 1루에 보냈다. 투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에서 3구째 포심 패스트볼이 손에서 빠졌다. 1사 1,2루에서 에드문도 소사를 9구 승부 끝에 잘 안 던지던 스플리터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지만 슈와버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했다. 풀카운트에서 6구째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렸다.
0의 균형을 깨는 필라델피아의 선취점. 그러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커쇼에게 공을 뺏었다. 커쇼도 순순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1점밖에 주지 않았고, 투구수가 81개로 많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울 법했다. 다음 투수 조 켈리가 트레이 터너를 중견수 직선타로 잡고 추가 실점 없이 5회를 끝냈지만 로버츠 감독이 덕아웃에서 커쇼를 달래주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구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긴 하다. 복귀 후 3경기에서 커쇼의 투구수는 각각 72개, 83개, 81개. 그걸 감안해도 3경기 연속 5회를 넘기지 못한 건 커쇼답지 않다. 커쇼에 대한 벤치의 믿음도 예전 같지 않다.
‘LA타임스’에 따르면 경기 후 로버츠 감독은 “커쇼는 지난 등판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투구에서 확신을 볼 수 있었다. 좋은 투구를 하겠다고 다짐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며 지난 등판보다 나아졌다는 데 의미를 뒀다.
이날 커쇼는 슬라이더(38개), 포심 패스트볼(27개), 커브(15개), 스플리터(1개)를 던졌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최고 시속 91.4마일(147.1km), 평균 90.4마일(145.5km). 시즌 평균 90마일(144.8km)보다 빨라졌고, 3가지 변화구를 활용해 10번의 헛스윙도 유도해냈다. 앞서 샌디에이고전에 헛스윙 유도가 2번밖에 없었던 것을 떠올리면 확실히 공이 좋아지긴 했다.
그래도 5회를 채우지 못한 것이 커쇼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는 “몇 번의 바보 같은 실수가 있었다. 투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에서 주자를 몇 번 내보냈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고 자책했다. 4회 터너에게 맞은 중전 안타, 5회 마쉬에게 내준 몸에 맞는 볼 모두 투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에서 실투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