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9)이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부상까지 당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FA 최대어 유격수 타이틀도 어려워졌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는 말이 있다. 길게 보면 지금 쉬어가는 것도 나쁠 게 없다.
김하성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에 결장했다. 지난 6월18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 이후 49일, 37경기 만의 결장이었다. 시즌 3번째 결장.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하성은 오른쪽 삼두근 압박으로 결장했다. 원래 이날 선발 라인업에 포함돼 있었지만 경기 전 타격 훈련 과정에서 통증을 다시 느끼면서 빠졌다.
경기가 없는 휴식일이었던 지난 6일 김하성은 처음으로 삼두근 통증을 느꼈다. 김하성은 “근육 문제”라고 밝혔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아직 알아보는 중이다. 부상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체크하고 있다”며 복귀 시점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어느 선수든 부상은 달갑지 않지만 지금 김하성이 처한 상황에선 그렇게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 큰 부상이 아닌 게 중요하지만 작은 부상이라면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김하성은 지난달 31일 LA 다저스전부터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까지 최근 5경기에서 16타수 무안타로 극도의 타격 부진을 보였다. 볼넷 2개, 희생플라이 1개를 제외하면 타격 생산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기 들어 12승3패(승률 .800)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1위 다저스를 4경기차 2위로 추격하고 있는 샌디에이고 팀 사정상 휴식도 취할 수도 없었다. 유격수 수비에서 대체 불가급 존재이기 때문에 타격이 아무리 안 맞아도 빠질 수 없는 선수였다.
쉴트 감독이 멀티보다 고정 포지션을 선호하면서 김하성은 시즌 내내 붙박이 유격수로 뛰었다. 7일까지 샌디에이고의 시즌 114경기 중 111경기를 출장했고, 그 중 110경기가 선발로 나선 것이었다. 체력 부담이 큰 유격수로 967⅔이닝을 소화했다. 리그 전체 유격수 중 9번째로 많은 수비 이닝이다.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지치지 않을 수 없다. 6월까지 86경기 타율 2할2푼8리(289타수 66안타) 10홈런 38타점 OPS .724를 기록한 김하성이지만 7월 이후 25경기 타율 2할2리(84타수 17안타) 무홈런 6타점 OPS .519로 타격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삼진율이 15.2%에서 22.3%로 급증했다.
시즌 전체 성적도 111경기 타율 2할2푼3리(373타수 83안타) 10홈런 44타점 OPS .678로 최근 3년 중 가장 저조한 수치로 하락했다. 체력이 떨어진 영향인지 무홈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6월23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기록한 뒤 최근 32경기 123타석 연속 무홈런이다.
그 사이 시즌 후 FA 유격수 최대어를 놓고 다투던 윌리 아다메스(29·밀워키)가 치고 올라갔다. 7월 이후 28경기 타율 3할2푼1리(109타수 35안타) 6홈런 21타점 OPS .940으로 활약 중인 아다메스는 시즌 전체 성적을 112경기 타율 2할5푼2리(428타수 108안타) 19홈런 75타점 OPS .782로 끌어올렸다.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 지표인 OAA(Outs Above Average)도 아다메스(4)가 김하성(3)에 앞서 수비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비록 FA 최대어 유격수 자리를 놓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김하성에겐 그만의 길이 있다. 부상은 아쉽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고 했다. 김하성은 지난해에도 쉬지 못하고 풀로 뛰다 시즌 막판 원인 모를 복부 통증에 시달리면서 9월 이후 22경기 타율 1할7푼6리(91타수 16안타) 무홈런 8타점 OPS .471로 성적이 급락했다. 올해도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이번 기회에 충분히 잘 쉬며 재충전해야 한다. 시즌은 아직 48경기 더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