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행사할 수 있는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유력 행선지는 이정후(26)가 속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확실한 주전 유격수가 없고, 2022~2023년 샌디에이고에서 2년간 함께하며 신뢰 관계를 쌓은 밥 멜빈 감독이 있어 꾸준하게 링크가 나고 있다.
전반기 내내 주전 유격수를 찾지 못한 샌프란시스코가 시즌 후 FA 김하성 영입에 뛰어드는 게 정설처럼 여겨졌다. 현지 언론에서도 이 같은 예상을 계속 내놓았다. 지난달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디에슬레틱’은 ‘샌프란시스코가 이번 오프시즌 김하성과 무조건 계약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도 ‘멜빈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 중 한 명인 김하성도 FA 시장에 나온다. 이정후와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다’며 내년 시즌 주전 유격수로 김하성을 예측했다.
그런데 이런 예상이 빗나갈 가능성도 생겼다. 2년 차 유틸리티 야수 타일러 피츠제럴드(27)가 주전 유격수로 기회를 받더니 최근 17경기 11홈런으로 강렬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치러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도 1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피츠제럴드는 데뷔 첫 1회초 선두타자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맹타로 샌프란시스코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선발 유격수로 나서기 시작한 지난달 10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부터 피츠제럴드는 최근 17경기에 홈런 11개를 몰아쳤다. 지난달 24일 LA다저스전까지 5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렸고, 27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멀티 홈런을 치더니 최근 2경기 연속 홈런으로 뜨거운 타격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MLB.com’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선수가 17경기에서 홈런 11개를 기록한 것은 배리 본즈 이후 처음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762홈런 기록을 갖고 있는 본즈는 2003년 7월3일부터 25일까지 17경기에서 11홈런을 터뜨렸다. 유격수 포지션에서 뛰며 17경기 11홈런을 기록한 선수로는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 알렉스 로드리게스, 2010년 콜로라도 트로이 툴로위츠키, 지난해 필라델피아 필리스 트레이 터너에 이어 피츠제럴드가 역대 4번째.
멜빈 감독은 6일 워싱턴전 후 피츠제럴드에 대해 “지금 타격감이 영원히 계속될 순 없지만 그는 빅리그에서 생산적인 타자가 될 수 있다. 유격수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플레이가 훨씬 침착해졌고, 자신감을 갖고 한다. 엄청난 능력이 있는 선수이고, 이 페이스를 계속 유지한다면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도 있다”고 치켜세웠다.
동료들도 놀랐다. 에이스 투수 로건 웹은 “피츠제럴드는 정말 재미있는 선수다. 타석에서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공을 잡기 위해 몸을 날리고, 모든 것을 다한다. 정말 기대된다”고 칭찬했다. 3루수 맷 채프먼도 “유격수 자리에서 매일 더 나아지며 편안해지고 있다. 어떤 공이든 전부 칠 수 있는 것 같다. 홈런도 계속 나오고, 그가 스윙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보는 재미가 있다”며 감탄했다.
우투우타 피츠제럴드는 유격수, 중견수, 2루수 등 내외야 센터 라인을 넘나드는 유틸리티 야수였다. 2019년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전체 116순위로 샌프란시스코에 지명된 뒤 지난해 9월 중순 빅리그에 데뷔하며 10경기를 뛰었다. 올해 개막 로스터에 들었지만 3번이나 마이너 강등과 콜업을 반복했다.
6월29일 3번째 콜업이 있기 전까지 28경기(17선발) 타율 2할7푼3리(66타수 18안타) 1홈런 4타점 OPS .742로 크게 눈에 띄는 성적이 아니었다. 유격수, 2루수, 중견수, 좌익수 등 4개 포지션을 넘나드는 백업 멤버였지만 지난달 10일 토론토전부터 유격수로 기용되더니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최근 17경기 타율 3할5푼9리(64타수 23안타) 11홈런 28타점 OPS 1.376으로 대폭발 중이다. 유격수로 뛰면서 거둔 타격 성적이라 더 대단하다.
피츠제럴드는 “솔직히 말해 달라진 건 없다.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다. 전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다 잊어버리려 한다”면서 “야구는 기묘하다. 이렇게 좋을 때도 있지만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 가능한 오래 버티려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