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에이전트가 서둘러 계약을 마친 이유가 있었다. ‘예비 빅리거’ 김혜성(25·키움 히어로즈)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 최연소 1000안타 기록을 해냈다.
김혜성은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4차전에 2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5-5 대승을 이끌었다. 아울러 안타 2개를 추가하며 개인 통산 1000안타 금자탑을 쌓았다.
김혜성은 1-0으로 앞선 3회초 2사 1루에서 두산 바뀐 투수 권휘 상대로 중전안타를 치며 999번째 안타를 신고했다.
김혜성은 바로 다음 이닝에서 대기록을 달성했다. 5-0으로 리드한 4회초 2사 2, 3루 기회에서 김명신을 만나 2타점 중전 적시타로 1000번째 안타를 장식한 것. KBO리그 역대 118번째 1000안타 클럽에 가입한 순간이었다.
김혜성은 25세 6개월 7일에 1000번째 안타를 때려내며 이정후가 23세 11개월 8일에 세운 1000안타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 1000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세 번째 기록은 두산 이승엽 감독의 25세 8개월 9일이다.
김혜성은 이에 그치지 않고 5회초 1타점 좌전 적시타, 7회초 우전안타를 몰아치며 1001호에 이어 1002호 안타까지 기록했다.
김혜성은 동산고를 나와 2017년 신인드래프트서 넥센 2차 1라운드 7순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그리고 입단 7년차인 지난해 137경기 타율 3할3푼5리 7홈런 57타점 25도루 커리어하이를 쓰며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11월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팀에 모두 승선했다. 그 가운데 연령별 대회인 아시안게임과 APBC에서 캡틴 중책을 맡았다.
김혜성은 2021년 유격수, 2022년 2루수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KBO리그 최초의 사나이이기도 하다. 지난해 2루수 부문 황금장갑을 품으며 3년 연속 골든글러버가 됐다.
김혜성은 활약에 힘입어 2024시즌 종료 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때마침 김혜성의 재능을 눈여겨본 글로벌 스포츠 에이전시 CAA 스포츠가 손을 내밀며 지난 6월 3일 서울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CAA 스포츠의 야구 부문 에이전트인 네즈 발레로는 오타니 에이전트로 잘 알려져 있으며, 오타니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성공적인 커리어를 지원해온 핵심 인물이다. 작년 12월 오타니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강팀 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 잭팟을 터트릴 수 있게 도운 슈퍼 에이전트로 유명하다.
CAA 스포츠는 “김혜성은 너무 좋은 툴을 많이 갖고 있다. 아마 수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매력을 느낄 것 같다”라며 “김혜성은 공격, 수비, 주루 모든 부문에서 뛰어나다. 스피드가 워낙 좋아서 미국 가서도 도루를 많이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또 수비에서도 내야, 외야 상관없이 다양한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팀 구성에 있어서 다양성을 제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선수다”라고 계약 성사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김혜성은 올해 메이저리그 복수 구단 스카우트가 보는 앞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92경기에서 타율 3할4푼2리 11홈런 64타점 24도루 67득점 OPS .911의 수준급 활약을 펼치며 빅리그 전망을 밝히는 중이다. 득점권 타율 또한 무려 4할1푼5리에 달한다. 득점권 타율 2위, 타율 6위, 안타 공동 7위(125개), 출루율 9위(.404)에 올라 있는 김혜성이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지난 주말 잠실에서 김혜성의 활약 비결을 묻자 “야구에 대한 열정, 욕심이 많은 선수다. 신인 때부터 늘 만족을 몰랐다. 승부에 대한 집착도 강했다”라며 “현재 중심타선에서 많은 안타와 타점을 올려주고 있다. 공격력에서 막대한 지분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경기력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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