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과 염정아가 연기로나 액션으로나 서로의 뒤를 맡겼다. 방구석 피서에 딱 좋을 가벼운 오락 액션, '크로스'다.
영화 '크로스'(감독 이명훈, 제작 ㈜사나이픽처스·㈜오브라크리에이티브·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넷플릭스)는 아내에게 과거를 숨긴 채 베테랑 주부로 살아가는 전직 요원 강무(황정민 분)와 남편의 비밀을 오해한 강력범죄수사대 에이스 미선(염정아 분)이 거대한 사건에 함께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오락 액션 영화다.
시작은 염정아가 연다. 아내 미선은 과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까지 목에 걸었던 사격 선수 출신의 경찰이다. '아시아 넘버 투'라는 자랑스러운 자신감에 사냥 성공률이 가장 높은 맹수 악어처럼 수사 검거율이 가장 높은 에이스다. 밖에서는 에이스 경찰이자 집에서는 가장인 그는 성별을 떠나 확실한 '바깥양반'이다.
남편 강무는 현업 주부이자 유치원 셔틀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며 외조 아닌 내조에 충실한 인물이다. 아내 미선을 끔찍하게도 생각하며 아침부터 몸에 좋은 영양제는 다 챙겨 먹인다. 손목 부상이 고질적이면서도 자신의 챙김은 잔소리라 생각하는 '바깥양반' 같은 아내를 위해 경찰 동료를 통해 보호대를 선물하게 만든다.
현재는 '안사람'을 자처하는 황정민이지만, 그의 과거는 미선 못지않게 화려하다. 전직 특수부대 요원이었던 강무는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민간인이 됐다. 그러나 잊은 줄 알았던 과거가 다시금 그의 일상을 뒤흔들고, 미선까지 이에 휘말리며 부부가 함께 위험에 맞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 영화 '서울의 봄' 등 전작들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황정민이 모처럼 힘 빼고 볼 수 있는 작품에 나섰다. 화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영리한 화면 전환과 화려한 카메라 워킹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잠입 및 돌파 장면을 흔하지 않게 만든다. 정화조 차량을 응용한 카트레이싱 액션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잠입 과정에서 반복되는 암전이 아쉽긴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성별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경찰 남편을 위해 전업주부인 아내가 실력 발휘를 하고 활약한다는 클리셰를 한번 더 꼬았다. 아내인 염정아와 그의 동료들이 경찰로 액션과 코미디를, 남편이지만 전직 요원이자 현업 주부인 황정민을 둘러싼 이야기가 반전과 서사를 담당한다.
특히 부부 동반 액션은 브란젤리나 커플을 탄생시켰던 할리우드 영화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를 오마주했나 싶을 정도로 의상과 설정 면에서 기시감이 짙은 편이다. 평소엔 티격태격 맞는 게 하나도 없는 '로또' 같은 존재였지만 위기 속에 등을 맞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걸 각인시켜준다. 어디서 본 듯 하지만 액션으로나 작품의 서사와 코미디의 완성도 면에서도 필요한 설정이다.
주인공 미선이 사격 선수 출신 경찰이라는 점은 올림픽 시즌인 현실적인 배경과 맞물려 한국 대중에게 기분 좋은 반가움을 선사한다.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 금메달을 획득한 양지인 선수가 실제로 은퇴 후 경찰 특채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크로스' 미선의 설정이 마냥 허황된 이야기가 아닌 셈이다. 작품 공개 시점이 올림픽 시즌임을 감안했다면 상당히 영리한 전략이고, 얻어걸렸다면 한국 시장에선 천운이다.
염정아와 황정민 외에도 함께 출연하는 배우 전혜진의 활약과 존재감이 남다르다. 짧은 에필로그까지 놓치지 말길. 반가운 특별출연부터 '믿보배'들의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연상시키는 유쾌함이 있다.
8월 9일 넷플릭스 공개, 15세 이상 관람가,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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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