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대한민국 체육협회장인데 이렇게 리더십이 다를까.
한국양궁이 파리올림픽을 지배했다. 한국은 여자단체전에서 10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어 개인전에서 임시현(21, 한국체대)과 남수현(19 순천시청)이 금은을 싹쓸이했다.
남자양궁 역시 단체전 3연패에 성공했다. 개인전에서 김우진(32, 청주시청)이 금메달, 이우석(27, 코오롱)이 동메달을 추가했다. 김우진과 임시현이 나선 혼성전 역시 이변없이 한국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양궁에 걸린 금메달 5개를 싹슬이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정의선 회장은 뒤에서 묵묵히 선수단을 지원했다. 정 회장은 비록 개인전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맏언이 역할에 충실한 전훈영을 찾아가 직접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화끈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을 달성한 안산은 현대차에서 포상금 7억 원과 함께 제네시스 차량을 부상으로 받았다. 이번에 3관왕을 달성한 김우진과 임시현 역시 이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우진은 “3관왕을 개인이 아닌 모두의 업적이다. 양궁협회 임직원분들, 대표팀 감독, 코치, 선수가 하나가 돼 역사의 한페이지를 썼다. 나 혼자 한 것이 아니다”라며 협회에게 공을 돌렸다.
양궁협회를 40년간 후원하고 있는 현대차는 이번 파리올림픽을 위해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까지 개발해 지원했다. 양궁협회는 파리 현지에서 양궁대표팀만을 위한 훈련장을 확보하는 등 지원에 만전을 기했다. 그 결과가 금메달 5개 싹쓸이로 결실을 맺었다.
축구는 파리올림픽 못 갔지만 정몽규 회장은 자서전 발간
반면 우리나라 체육협회 중 가장 예산이 많은 대한축구협회는 남녀축구가 모두 파리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다. 남자축구는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 선수들 실력이 모자란 것보다 협회의 아쉬운 헛발질이 많았다.
올림픽에 올인해도 시간이 모자랄 황선홍 감독은 지난 3월 A대표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임시감독으로 선임됐다. 황 감독은 태국과 2연전에서 A대표팀을 지휘했다. 손흥민-이강인 다툼으로 분열된 대표팀을 다시 하나로 모았다.
정작 올림픽대표팀은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에게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해 파리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 황 감독은 “올림픽 진출 실패가 임시감독을 맡았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으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
어수선한 시기에 수장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자신의 행적을 홍보하는 자서전 ‘축구의 시대 - 정몽규 축구 30년’을 발간했다.
자서전 중 정 회장은 큰 대회에서 대표팀이 부진할 때마다 회장인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축구협회장에게 필요한 덕목은 높은 수준의 역량과 도덕성 외 인내심과 참을성이다.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 주요 대회에서 대표팀이 부진하면 온 국민의 원성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종목도 국가대표팀 성적이 나쁘다고 회장 퇴진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럴 때마다 축구협회장이나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민욕받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정 회장은 지난해 축구승부조작 사범들을 일방적으로 사면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국민적인 반대에 부딪치자 이를 철회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미 축구계에서 그의 리더십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