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깨야할 때가 됐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리그 현안과 관련해서 목소리를 많이 내는 야구인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지난 2~4일 울산 롯데 3연전을 거치면서 염경엽 감독은 또 한 번 리그에 또 하나의 제안을 했다.
울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엘롯라시코’ 3연전은 온전히 개최되지 못했다. 연일 폭염 특보가 발효됐고 폭염 관련 안전재난문자가 쉴새 없이 울렸다. 특히 인조잔디 환경의 울산 문수구장은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선수들은 경기 전 훈련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고 구장 안팎의 관리 인원들은 사람 잡는 무더위에 헉헉댔다.
결국 2일은 폭염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KBO리그 43년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었다. 그라운드 지열이 55도를 돌파하면서 도저히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튿날인 3일에는 그래도 이날은 땡볕이 구름이 간간히 끼는 등 상황이 나아졌다. 그럼에도 폭염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지열은 45도에 육박했고 대신 습도가 더 높았다. 하지만 이날은 경기를 강행했다. 염경엽 감독과 김태형 롯데 감독 모두 경기 강행에 납득하지 못했지만 경기는 예정대로 치러졌다. 롯데가 접전 끝에 경기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8-3으로 승리했다.
문제는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경기를 치른 후유증이 엄청났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면서 괜찮은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롯데와 LG 선수들 모두 탈이 났다. 롯데는 전준우 고승민 윤동희 정보근이 3일 경기 이후와 4일 오전에 탈진 증세를 보였다. LG에서는 박동원과 문보경이 어지럼증에 구토증세까지 보였고 4일 오전 링거를 맞고 출근했다. 신민재의 컨디션도 뚝 떨어졌다.
모두 주전급 선수들로 3시간 가량 땡볕 아래에서 경기를 치른 결과, 주축 선수들이 대거 탈이 났다. 4일 역시도 폭염 특보는 이어졌고 또 지열이 더 남은 상태에서 경기가 열리는 오후 5시 경기였다. 결국 이날 다시 한 번 폭염으로 취소됐다.
상황은 다른 구장도 다르지 않았다.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도 폭염으로 취소됐다. 잠실구장 역시 지열이 50도 가까이 치솟는 등 상황이 악화됐다. 3일 잠실 경기에서는 5명의 관중이 온열 질환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1명은 두산 구단을 통해 온열질환 상태를 알리며 구장 내 의무실에서 조치를 받았고 다른 4명은 119에 신고해 응급차를 타고 처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과 다른 역대급 폭염에 한반도 전체의 열이 식지 않은 상황. 프로야구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와는 다른 기준과 환경으로 선수도 관중도, 그리고 구장 관리 인원들 모두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도 여름에 열대화가 되어가기 때문에 경기 시간을 7~8월 혹서기에는 경기 시간을 6시반에서 7시로 늦추는 게 좋을 것 같다. 온도가 확 달라졌으니까 평일 주말 관계 없이 7시에 경기를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제 평일에도 만원관중이 차니까 팬들도 쾌적할 수 있게끔 시간을 조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인 것 같다. 햇볕에 계속 있으면 팬들도 지친다. 어제(3일)에도 숙소에서 팬들을 만났는데, 안 더웠냐고 물어보니 엄청 더웠다고 하시더라”라고 답했다.
범지구적인 기후 변화와 함께 한국의 기후도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다. 동남아에서나 경험할 법한 습한 날씨와 갑작스럽게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스콜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경기 준비와 관련된 규정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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