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의 아들이 다시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는 상황을 이겨낸 김원호가 정나은과 함께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세계 랭킹 8위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은 2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4강전에서 세계 랭킹 3위인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과 맞대결서 2-1(21-16, 20-22, 23-21)으로 승리하면서 결승행에 성공하면서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김원호-정나은은 상대 전적서 절대 열세(0승 5패패)를 기록하고있던 선배 서승재-채유정조 상대로 올림픽 4강전서 첫 승을 거두면서 역대급 자이언트 킬링에 성공했다. 결승 상대는 4강서 2-0 완승을 거둔 세계 랭킹 1위 정쓰웨이-황야총 조이다. 김원호-정나은조는 조별리그서 정쓰웨이-황야총조에 0-2(13-21, 14-21)로 패배한 바 있다.
앞서 열린 8강서 서승재-채유정은 홍콩의 탕춘만-체잉슈 조에 2-0(21-15 21-10)으로 낙승을 거뒀다. 곧바로 이어진 경기에서 김원호-정나은 역시 말레이시아의 천탕지에-토이웨이 조를 2-0(21-19 21-14)으로 꺾으면서 태극 전사 맞대결이 성사됐다. 상대 전적서는 서승재-채유정조가 압도적인 상황.
하지만 막상 경기에 가니 접전 끝에 김원호조가 웃었다. 선배들을 상대로 너무나 큰 무대서 첫 승을 신고한 김원호-정나은은 2008 베이징올림픽 이용대-이효정조를 마지막으로 멈췄던 혼성 복식 금메달에 도전한다. 길영아 전 삼성생명 감독의 아들이자 이용대의 제자로 유명했던 김원호는 이제 한국 배드민턴의 새 역사에 도전하게 됐다.
한국 배드민턴 전체를 봐도 혼성 복식 메달 자체도 2008년 이후에는 나오지 않았다. 태극 전사들의 자체 4강 맞대결로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 첫 메달을 확보하게 됐다. 최소 은메달이고 결승전 결과에 따라 베이징 올림픽 이후 멈췄던 금빛 라켓을 다시 노릴 수 있는 상황.
1게임과 2게임을 1승씩 차지한 가운데 접어든 3게임에서 두 팀은 엄청난 집중력으로 메가 랠리를 펼쳤다. 서승재-채유정이 귀한 한 점을 가져갔는데 이 랠리가 끝나자 김원호는 숨을 헐떡이며 한동안 네트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김원호는 당시 상황에 대해 “후반에 헛구역질이 나왔다. 뛰다가 코트에 토를 할 것 같아서 심판에게 이야기하고 봉지에 토를 했다”라면서 “코트에서 이렇게 티를 내면 안 되는데 올림픽에서 보였다. 운동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머쓱해했다.
그는 “(그때) 나는 배터리가 끝난 상태였다. 나은이에게 ‘나은아. 네가 해줘야 한다’고 부담을 줬다. 나은이가 부담을 안고 나를 다독이며 이끌어줬다”라며 정나은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정나은은 “그 한마디가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그 상황에서는 제가 해내는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서 오빠를 좀 잡아줬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김원호는 “(상대는) 저희보다 한 수 위에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파이팅 있고 활기차게 적극적으로 뛰려고 했다”면서 “패기 있게 다가가 부담을 줘서 1게임을 가져올 수 있었고 3게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은이가 잘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이기든 올라가면 금메달을 따야 했다”며 “저희가 이겼으니까 더 책임감을 가지고 결승전에서 어떻게든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원호는 한국 배드민턴 레전드 길영아의 아들로 유명하다. 길영아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였다.
김원호는 “어릴 때부터 엄마의 올림픽 금메달을 보며 나도 꿈을 꿨다”면서 “엄마가 ‘올림픽 메달은 하늘에서 주는 거니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얘기해주셨다. 이제 길영아의 아들을 넘어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해주겠다고 했다. 마지막 도전을 후회 없이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은메달 확보는 2008 베이징 대회(금메달 1개·은메달 1개·동메달 1개) 이후 최고 성적이다. 한국 배드민턴은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까지 3개 대회 연속 동메달 1개에 그쳤다. 특히 혼합복식 메달은 2008 베이징 대회 이용대-이효정의 금메달 이후 처음이다.
김원호-정나은 조의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1위 정쓰웨이-황야충 조(중국)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대회 상대 전적은 3승 3패다.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2일 열린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