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KBO리그에 ‘형님 리더십’ 열풍이 분 적 있었다. 그 트렌드는 최근까지도 이어져 리그 내 젊은 사령탑 선호도가 높아졌다. 그런 기존 리더십 질서에 복고 감성을 불러일으킨 팀이 있었으니 60세가 넘는 감독, 코치가 합류한 한화 이글스다. 후반기 들어 부활한 김서현은 “나이가 많은 감독님, 코치님이지만 오히려 더 편하다”라고 큰아버지 리더십을 반등 요인으로 꼽았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우완투수 김서현(20)은 지난달 3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14차전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두 번째 홀드를 수확했다. 팀의 18-7 완승 및 5연승을 이끈 값진 구원이었다.
김서현은 10-7로 앞선 7회말 2사 1루에서 이민우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천재타자’ 강백호를 만나 슬라이더만 3개를 던져 3구 헛스윙 삼진을 잡고 이닝을 끝냈다.
여전히 10-7로 리드한 8회말도 완벽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문상철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보낸 뒤 오재일을 7구 승부 끝 헛스윙 삼진, 김상수를 우익수 뜬공 처리했다. 최고 구속 154km의 강속구와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어 1⅓이닝 퍼펙트 피칭을 해냈다.
경기 후 만난 김서현은 “작년과 다르게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양상문 코치님이 슬라이더 던지는 법을 알려주셨는데 그 이후 슬라이더 각과 폭이 많이 좋아졌다”라며 “오늘 마운드에 올랐을 때도 코치님이 변화구를 많이 써보자고 말씀해주셨다. 강백호 선수 상대로 변화구를 많이 생각하고 던졌다”라고 호투 비결을 설명했다.
서울고를 나와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맨이 된 김서현은 데뷔 첫해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한 뒤 2년차인 올해도 대전이 아닌 서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약점인 제구력을 보완하기 위해 팔 각도를 비롯해 투구폼을 바꾸고 또 바꿨는데 최고 160km에 달했던 빠른 구속이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서현은 ‘명장’ 김경문 감독을 만난 뒤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여기에 양상문 투수코치의 지도까지 더해져 7월 9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0.96의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후반기로 기간을 한정하면 평균자책점이 0이며, 13일 대전 LG 트윈스전부터 전날 경기까지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김서현은 “자신감 회복이 반등 이유 중 하나다. 작년에는 자신감이 딱히 있지 않았다. 또 원래는 이기는 경기에서 들뜨는 경향이 있었는데 올해는 이겨도 긴장을 계속한다. 작년에 이기는 경기가 한 번에 뒤집어지는 경험을 한 뒤로 너무 들뜨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려는 마음가짐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김서현의 자신감 회복 뒤에는 ‘66세’ 김경문 감독과 ‘63세’ 양상문 코치의 이른바 '큰아버지 리더십'이 있었다. 아버지(55세)보다도 나이가 훨씬 많은 지도자와 함께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김서현이다.
김서현은 "두 분이 항상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신다. 양상문 코치님이 ‘고개를 떨구지 마라. 항상 잘하고 있다’라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자신감을 금방 회복할 수 있었고, 감독님은 마주칠 때마다 칭찬을 해주신다"라며 "나이가 많으셔서 그런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내가 힘들어할 때 항상 옆에서 같이 위로를 해주신다. 그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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