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다. 다치지 말고 와서 보자."
양민혁(18, 강원FC)이 '캡틴'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에게 받은 응원 메시지를 공개했다.
쿠팡플레이 스포츠는 29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양민혁의 토트넘 메디컬 테스트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서울을 방문한 양민혁은 카메라에 "오늘 최종적으로 토트넘 메디컬 테스트를 받으러 왔다. 이것만 마무리되면 확정적이기 때문에 토트넘 선수라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라고 멋쩍게 말했다.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PL) 빅클럽으로 직행하는 양민혁. 그는 "이런 팀에 합류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정말 영광이다. 또 가서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토트넘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뛰고 있는 팀. 마침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단은 팀 K리그, 바이에른 뮌헨과 친선경기를 펼치기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메디컬 테스트 전까지만 해도 손흥민과 직접 만나지 못했던 양민혁은 "(손흥민과) 아직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 토트넘이 한국에 왔으니까 어떤 계기로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양민혁의 바람은 곧바로 이뤄졌다. 그는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손흥민과 이야기를 나눈 것. 얼굴이 한층 밝아진 양민혁은 "방금 (손흥민을) 만나고 내려왔다. 잘 챙겨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잘하고 있다. 다치지 말고 와서 보자'라고 말씀해 주셨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야말로 만화 같은 양민혁의 스토리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준프로 신분으로 강원에 합류했고, 제주와 개막전부터 출전하며 구단 역대 최연소 출장 기록(만 17세 10개월 15일)을 세웠다. 데뷔 35초 만에 도움을 작성하기도 했다. 2라운드 광주전에선 직접 득점포를 가동하며 구단 역대 최연소 득점, K리그1 역대 최연소 득점 기록도 갈아치웠다.
데뷔 시즌 25경기 8골 4도움을 기록 중인 양민혁. 강원도 그의 활약을 높이 사 지난달 프로 계약까지 체결했다. 2006년생 양민혁은 K리그 무대를 누빈 지 고작 3개월 만에 프로 신분으로 올라서게 됐다. 준프로 신분은 1년 유지되지만, 강원이 6개월 빨리 선물을 안긴 셈.
양민혁은 프로가 된 지 1달 만에 토트넘 입단까지 일궈냈다. 토트넘은 지난 28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양민혁이 강원FC에서 토트넘으로 합류한다. 우리는 K리그1 강원FC 소속인 그의 입단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알리게 돼 기쁘다. 지난 4월 만 18세가 된 양민혁은 2030년까지 계약에 동의했으며 2025년 1월에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사실 양민혁을 원하는 팀은 한두 곳이 아니었다. 김병지 강원 대표 이사에 따르면 최근 프리미어리그(PL)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빅클럽, 중위권 팀, 챔피언십에서 막 올라온 팀, 라리가 상위권 팀도 양민혁을 영입하고자 연락을 보냈다. 하지만 양민혁은 모두 '단칼에' 거절하고 토트넘을 택했다.
김병지 대표는 강원 구단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토트넘은 5월 말에 제안을 건넸다"라며 "양민혁을 프로 계약으로 전환한 건 이적 때문은 아니었다. 토트넘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안한 팀도 있었다. 하지만 양민혁 본인이 토트넘을 더 우선으로 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민혁이 더 발전하기 좋은 팀이 어디일까 역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토트넘도 양민혁에게 진심을 보였다. 김병지 대표에 따르면 토트넘은 이적료로 역대 K리그에서 유럽으로 직행한 선수 중 최고액을 제시했고, 6년이라는 장기 계약서를 내밀었다. 여기에 양민혁의 아시안게임 차출 허용 조항, 강원 측 유망주의 토트넘 유스팀 훈련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강원 구단 라이브에 출연한 양민혁은 "처음엔 이런 팀이 저에게 오퍼했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 협상이 시작된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다"라며 "제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 더 많은, 이상한 말들이 나올 것 같아 말을 아꼈다. 이렇게 정식 '오피셜'이 났을 때 말하는 게 깔끔하다고 생각했다. 친구들한테도 귀띔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손흥민과 나눈 짧은 얘기도 공개했다. 양민혁은 "따로 연락을 드리진 않았지만, 메디컬 테스트를 하면서 손흥민 선수와 만나고 왔다. 손흥민 선수는 '지금 잘하고 있다. 영어 공부 많이 하라'고 해주셨다"라고 밝혔다. 이제 둘은 31일 피치 위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다.
이영표(2005~2008)와 손흥민(2015~)에 이어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세 번째 한국 선수가 된 양민혁. 그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과 만나 악수도 나눴다.
양민혁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토트넘 첫 공식 인터뷰에서 "이런 정말 큰 팀에 오게 돼 영광이다. 이 팀에 합류하게 된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내 플레이 스타일은 매우 저돌적이다. 1대1 능력과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있다. 마무리 능력도 좋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여러 팀의 제안을 물리치고 토트넘을 고른 이유는 역시 '캡틴' 손흥민이었다. 양민혁은 토트넘과 첫 공식 인터뷰에서 "해외 팀으로 이적할 때는 적응 문제가 있는데, 손흥민이 있기에 같은 한국인으로서 적응하기 더 쉬울 거라고 판단했다. 손흥민은 대한민국 캡틴이기 때문에 (이적을 결정하는 데) 좋은 영향을 끼쳤다"라며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손흥민과) 아직 한 번도 대화를 해보지 못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양민혁은 강원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직은 강원FC에서 해야 할 것이 많다. 강원FC에서 더 좋은 모습, 좋은 활약으로 팬분들께 좋은 선물을 드리고 토트넘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크다. 토트넘에 합류해서도 곧바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공교롭게도 양민혁은 토트넘 입단 후 처음으로 상대하는 팀이 토트넘이다. 그는 팀 K리그 소속으로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토트넘과 친선경기를 치른다. 손흥민과 적으로 만나게 되는 셈. 양민혁은 팬 투표에서 '쿠플영플'로 선정되면서 K리그를 대표할 기회를 얻었다.
곧 토트넘 팬들에게 적으로서 첫선을 보이게 될 양민혁. 그는 쿠팡플레이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일단 나도 되게 신기하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올스타 매치고 이벤트 매치인 만큼 재밌게 잘 해보겠다"라며 "많은 팬분들께서 뽑아주셔서 팀 K리그로 참가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보러 와주시는 만큼 재밌는 경기, 좋은 경기하겠다. 많이 떨린다"라고 말했다.
또한 양민혁은 "같이 생활하면서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잘 적응해서 빨리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라며 토트넘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년 뒤면 손흥민과 함께 토트넘에서 활약하고 있을 양민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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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쿠팡플레이 스포츠, 토트넘 홋스퍼, 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