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무려 5계단을 뛰어올랐다. 프로야구 KT 위즈의 여름 질주가 또 시작됐다.
KT는 지난 28일 대구 삼성전을 4-3으로 역전승했다. 7회까지 0-3으로 끌려다녔지만 8회초 멜 로하스 주니어와 강백호의 안타로 만든 찬스에서 문상철과 오재일의 적시 2루타가 터지며 동점을 만들더니 9회초 로하스가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9회말 마무리 박영현이 1사 1,2루 위기에서 김지찬을 병살타로 유도하며 1점차 리드를 지켰다.
이로써 KT는 지난달 16~20일 수원 롯데전부터 1승1패 동률을 제외하고 9연속 2승 이상 거둔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시즌 성적 49승48패2무(승률 .505)로 SSG와 공동 4위로 뛰어올랐다. KT의 시즌 첫 4위로 가장 높은 순위.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KT는 꼴찌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지난달 30일까지 36승44패2무(승률 .450)로 9위에 머물며 10위 키움에 2경기 차이로 쫓기고 있었다. 5위 SSG에는 4.5경기 차이가 뒤져있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따라잡았다. 7월 17경기에서 13승4패(승률 .765)로 최고 성적을 내며 순식간에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3위 삼성에도 1.5경기 차이로 추격하며 상위권까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7월 팀 평균자책점 1위(3.60)로 안정된 마운드가 대반격의 원천이다. 28일 대구 삼성전에 조이현이 등판하기 전까지 올스타 휴식기와 4번의 우천 취소로 5선발 없이 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 고영표, 엄상백 등 확실한 선발 4명을 활용하며 승률을 높였다. 17경기 중 14경기를 선발이 5이닝 이상 던졌다. 엄상백이 4경기(23이닝) 2승 평균자책점 2.74 탈삼진 25개로 구위를 과시했다.
선발이 버티면서 불펜 운영도 한결 수월해졌다. 베테랑 우규민이 7월 7경기(8⅓이닝) 2승1홀드 평균자책점 1.08로 반등한 가운데 마무리 박영현이 11경기(13⅔이닝) 2승8세이브 평균자책점 0.00 탈삼진 15개로 뒷문을 철벽 방어했다. 7월 13승 중 6승이 1점 승리인데 박영현이 1승4세이브로 5경기를 막았다.
타선도 7월 팀 타율 3위(.274), OPS 4위(.750)로 평균 이상 성적을 냈지만 압도적이진 않다. 하지만 7회 이후 2점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 팀 타율 2위(.368)로 경기 후반 승부처에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역전승이 8승이나 되는데 그 중 4승이 5회까지 뒤져있다 뒤집은 것이다.
시즌 내내 기복이 없는 외국인 타자 로하스가 7월에도 17경기 타율 4할8리(71타수 29안타) 4홈런 12타점 OPS 1.111로 맹타를 치고 있다. 상무에서 전역한 심우준도 유격수 자리를 꿰차 10경기 타율 3할5푼5리(31타수 11안타) 1홈런 3타점 2도루 OPS .859로 공수주에서 팀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KT의 여름 질주는 새삼스럽지 않다. 2019년 이강철 감독 부임 후 거의 매년 비슷한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2021년을 제외한 나머지 5시즌은 5월까지 늘 하위권이었다. 2019년 9위, 2020년 7위, 2022년 8위, 지난해 8위, 올해 7위로 시즌 초반 헤매다 6월부터 시동을 걸어 7월 이후 순위를 쭉 끌어올리는 그래프를 반복하고 있다.
4월 개막 한 달 순위가 시즌 끝까지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초반 기선 제압이 중요하게 여겨졌던 KBO리그이지만 KT는 완벽한 반례가 됐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시즌 초반에 매번 크고 작은 부상자가 속출하며 베스트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초반에 크게 밀리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회복하기 어려운데 KT는 다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 사이 전력을 재정비하며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고, 부상자 복귀 후 한층 두꺼워진 뎁스로 반격에 나선다.
안정된 선발 로테이션을 기반으로 이강철 감독 특유의 불펜 운영도 여름부터 빛을 발한다. 이겨야 할 경기는 어떻게든 잡고 가면서 상승 무드를 이어간다. 경기의 맥을 잘 짚고, 밀어붙일 때 강하게 밀어붙일 줄 아는 감독이다. 올해도 KT는 리그 최다 16번의 1점차 승리로 접전에 무척 강하다. 거포형 외국인 타자 로하스를 5월 중순부터 1번타자로 쓰는 등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과감한 타순 구성도 이강철 감독의 유연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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