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이닝 만에 무려 15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이정후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야심차게 FA 영입한 좌완 투수 블레이크 스넬(32)이 부활을 알렸다. 이정후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가운데 스넬도 실패한 FA 계약으로 평가됐지만 7월에 완벽 부활하며 트레이드 인기 매물로 떠올랐다. 뉴욕 양키스를 비롯해 7개 팀에서 스넬 트레이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넬은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등판, 6이닝 2피안타 2볼넷 1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불펜이 7회초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시즌 첫 승이 불발됐지만 샌프란시스코의 4-1로 승리에 발판이 된 호투였다.
1회초 에제키엘 토바를 헛스윙 삼진 잡고 시작한 스넬은 2사 1,3루 위기에서 엘리아스 디아즈를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첫 이닝을 넘어갔다. 2회에도 삼진 2개를 뺏어내며 삼자범퇴 처리한 스넬은 3회말도 2루타를 하나 맞았지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4회에도 3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KKK’ 이닝을 만든 스넬은 5회에도 탈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에 성공했다. 6회에도 선두타자 볼넷 이후 3연속 삼진으로 ‘6이닝 15탈삼진’ 경기를 완성했다.
종전 탈삼진 13개가 개인 한 경기 최다 기록으로 4차례 해낸 스넬에게 15개는 커리어 하이 기록. 샌프란시스코 투수로는 2009년 7월28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 팀 린스컴 이후 15년 만에 15탈삼진 경기였다. 당시 린스컴은 9이닝 2실점(무자책)으로 완투승을 거뒀는데 이날 스넬은 6이닝 만에 15탈삼진을 기록했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6이닝 이하로 삼진 15개를 잡은 건 1901년 이후 메이저리그 최초 기록이다. 총 투구수 103개로 최고 시속 97.3마일(156.6km), 평균 96마일(154.5km) 포심 패스트볼(54개) 중심으로 커브(36개), 체인지업(12개), 슬라이더(1개)을 던졌다. 헛스윙을 30번이나 뺏어냈는데 올 시즌 리그 전체 최다 기록이다. 커브로만 14번의 헛스윙을 이끌어낼 정도로 공의 움직임이 좋았다.
경기 후 스넬은 “초반에는 삼진을 신경쓰지 않았는데 마지막 몇 이닝은 삼진 잡기 위해 노력했다. (개인 최다) 13개는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6회에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면서 “이제 자신감이 생겼고,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커브는 요즘 들어서 최고였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스프링 트레이닝 막판 샌프란시스코와 2년 6200만 달러에 FA 계약한 스넬은 시즌 준비 부족으로 초반에 크게 부진했다. 내전근을 다쳐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등 6월까지 시즌 첫 6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9.51에 그쳤다. 5이닝을 한 번도 넘기지 못하면서 ‘FA 먹튀’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달 10일 부상에서 복귀한 뒤 우리가 알던 스넬로 돌아왔다. 이날 등판까지 4경기 모두 5이닝 이상 던지며 24이닝 8피안타(1피홈런) 7볼넷 30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0.75로 압도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아직 승리가 없지만 시즌 평균자책점도 5.10으로 꽤 많이 낮췄다.
스넬이 반등에 성공하자 트레이드 가능성도 급부상 중이다. 샌프란시스코는 52승55패(승률 .486)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4위에 와일드카드 7위에 랭크돼 있다. 와일드카드 3위 뉴욕 메츠에 4.5경기 뒤져있어 포스트시즌이 쉽지 않다. 주축 선수들을 판매할 가능성이 높은데 때마침 스넬이 부활해 트레이드설이 나오고 있다.
스넬은 “우리는 이겨야 한다. 우리가 이기면 난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면서도 “잘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일을 많이 봤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이겨야 한다. 좋은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고, 남은 일정도 마음에 든다. 마지막 몇 달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며 팀 잔류와 가을야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