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의 축제로 불리는 올림픽이 지난 27일 파리에서 개막식과 함께 본격적인 열전에 돌입했다. 그런데 아직 국내에선 올림픽 열기가 뜨뜻미지근하다.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고, 축구·농구·배구 등 주요 구기 종목이 남녀팀 가리지 않고 전부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전멸한 영향이 크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적어도 국내에선 프로야구 인기를 따라올 스포츠가 없다. 올림픽이 개막한 지난 27일 KBO리그는 3개 구장이 매진되면서 시즌 700만 관중 달성에 성공했다. 2012년 521경기를 넘어 역대 최소 487경기 만에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이날 잠실 한화-LG전이 우천 취소된 가운데 대구 KT-삼성전(2만4000명), 문학 두산-SSG전(1만9448명), 창원 롯데-NC전(1만7891명), 고척 KIA-키움전(1만6000명) 등 전국 4개 구장에서 총 7만7339명의 관중이 입장하면서 700만 고지를 밟았다. 대구, 창원, 고척이 만원 관중을 이뤘다. 시즌 전체 매진 횟수는 137회에 달한다.
이날까지 KBO리그는 시즌 487경기에서 총 관중 707만5858명으로 평균 관중이 1만4529명에 달한다. 2012년 1만3451명을 넘어서 역대 최다 평균 관중으로 지금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역대 최다 1046만 관중까지 가능하다.
종전 KBO리그 최다 관중 시즌은 7년 전인 2017년으로 총 840만688명을 모았다. 그 이후 2018년 807만3742명, 2019년 728만6008명으로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더니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흥행에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야외 활동이 증가한 2022년 607만6074명을 모은 KBO리그는 지난해 810만326명으로 관중이 늘며 5년 만에 800만 관중을 회복했다. 나아가 올해는 리그 최초 900만, 꿈의 1000만 관중까지 바라볼 만큼 페이스가 가파르다. 장마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7월 혹서기는 원래 관중이 감소세에 접어드는 시기인데 올해는 다르다. 7월말에도 팬들의 발걸음이 좀처럼 끊이지 않아 시즌 내내 표 구하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그동안 KBO리그 흥행은 인기 팀들이 호성적으로 끌고 가는 구조였다. 올해 KIA, LG, 삼성이 1~3위에 오르며 흥행에 불을 지피고 있다. 9위에 처져있는 한화는 역대 한 시즌 최다 타이 36번의 홈경기 매진으로 흥행 중심에 섰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지 않은 팀들의 관중 동원력도 몰라보게 늘었다. 올해 홈경기 평균 관중 순위 9~10위 키움(1만453명), NC(1만400명)도 1만명 이상 동원할 정도로 흥행이 잘되고 있다. 리그 전체 팬덤이 크게 확산된 것이다.
지역 연고제로 출범해 43년째가 된 KBO리그는 어느 스포츠보다 고정 팬층이 단단하다. 여기에 신규 유입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영화 산업을 비롯해 공연 문화가 위축된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야구장이 새로운 놀이공간으로 젊은 세대의 각광을 받고 있다. 물이 들어오자 구단들도 제대로 노를 젓고 있다. 다양한 이벤트, 공격적인 마케팅 기획 상품으로 신규 팬층을 끌어들이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슈퍼스타로 떠오른 KIA 김도영을 필두로 각 구단마다 20대 젊은 스타 선수들의 등장으로 여성팬들도 크게 늘었다. 새로운 유무선 중계권 계약을 통해 SNS에도 영상이 허용됐고, 젊은 팬들 사이에서 각종 ‘움짤(짧은 영상)’, ‘밈(meme)’이 생성되며 야구를 소비하는 젊은 팬층이 급증하고 있다.
리그 환경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KBO가 공정성을 위해 세계 최초로 도입한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도 시즌 초반 현장 불만을 딛고 자리를 잡았다. 지긋지긋한 볼 판정 논란이 사라지면서 팬들의 피로감을 줄었다. 여기에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전력 평준화로 리그 판도도 흥미롭게 흘러가고 있다.
후반기 들어 2강5중3약으로 재편되긴 했지만 굳어진 순위가 없다. 27일까지 NC, KT, SSG 3개 팀이 공동 5위에 오를 정도로 5강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