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하지만 회장님은 관심이 고프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26일 자신의 축구인생 30년을 담은 자서전 ‘축구의 시대 - 정몽규 축구 30년’을 발간했다. 정 회장이 그간 축구인으로서 쌓아온 자신의 행적을 소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서전 내용 중 정 회장이 과거사건을 언급해 오해를 살만한 내용이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아시안컵 중 손흥민과 이강인이 물리적으로 충돌한 일명 ‘이강인 탁구사건’에 대해 정몽규 회장이 의견을 냈다.
정 회장은 “팬들은 아시안컵에서 벌어진 대표팀 내 갈등에 대해 ‘창의성이 넘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젊은 선수(이강인)’가 선배들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고 위계질서를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판단해 하극상이라고 비판한다. 대부분 비난이 이강인에게 쏠렸다”며 탁구사건을 언급했다.
이어 정 회장은 “이런 해석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대표팀에는 여전히 위계질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감독과는 자율적 관계를 선호하지만, 선후배 간의 전통적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모순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며 이강인의 행동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사과하며 일단락 된 사건을 굳이 정 회장이 5개월 만에 끄집어내 다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팀내 규율을 위해 이강인을 훈계했던 손흥민 등 팀내 베테랑 선수들의 의견에도 반대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크다.
정몽규 회장은 팀내 위계질서에 대해 한국에서만 있는 선후배 문화로 치부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세계적인 클럽 토트넘에서도 주장을 맡고 있다. 정 회장의 발언은 손흥민의 리더십을 의심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더구나 정 회장은 탁구사건을 방관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옹호하는 발언까지했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은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자율성을 강조한다던 클린스만 감독은 탁구사건을 눈앞에서 직접 목격하고도 방관했다. 그는 비겁하게 SNS에서 한국선수들을 욕했다. 이는 감독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조차 회피한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렇게 무능한 사람을 직접 감독으로 고용한 사람이 바로 정몽규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최근 홍명보 감독 선임을 둘러싼 축구협회의 각종 논란을 알고서도 자서전 발간을 예정대로 밀어붙였다. 대중의 시선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 정 회장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