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지난 26일(현지시간) 파리 센강에서 열렸다. 이번 개회식은 이전 올림픽의 개회식과 달리 사상 처음으로 '경기장 밖' 센강에서 진행된다. 205개국 1만500명의 각국 선수단은 100여척의 보트를 타고 파리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를 행진하는데. 길이가 6㎞에 달하는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한국 선수들의 개회식 참석 규모는 50여명이다. 입장 순서는 48번째이고 대표 기수로는 남자는 육상 높이 뛰기의 우상혁, 여자 기수로는 수영의 김서영이 나선다. 우상혁은 한국 높이뛰기의 간판스타다. 우상혁이 파리 시상대에 오르면 육상 필드·트랙 종목 최초로 한국에 메달을 안긴 선수로 기록된다.
김서영은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4회 연속 올림픽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수영의 대들보다. 김서영은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개인혼영 200m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17년, 2019년, 2022년 세계선수권에서도 결승 무대에 올랐다.
개회식 순서는 고대 올림픽 발상지 그리스 선수단이 전통에 따라 가장 먼저 입장했다. 대표 기수는 NBA의 괴물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나선다. 전 세계 1억명의 난민을 대표하는 난민팀이 그 뒤를 따랐다. 이후 개최국 프랑스어 알파벳 순서에 따라 입장 선수가 정해지기에 아프가니스탄이 3번째로 입장했다.
한국의 국가명은 프랑스로 'Coree'이기 때문에 47번째 입장 국가인 쿡 제도(Cook Island)에 이어 입장했다. 퍼레이드 자체는 다소 화려했다. 그러나 난잡했다. 프랑스의 다양한 문화적 유산을 표현했지만 한 주제로 통일됐다기 보다는 여러 내용이 다소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그대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이날 퍼포먼스는 '평등'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프랑스가 배경인 유명 고전 소설인 레 미제라블과 노틀담의 꼽추 등 다양한 프랑스의 문화 유산을 바탕으로 화려한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하지만 내용에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다. 사상 첫 야외 개회식으로 인해 센강서 선수단이 배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기에 시선이 분산됐다.
선수단이 배를 타고 이동하는 입장 방식도 이전 입장 방식과 달리 각 국의 개성을 살리지 못했다. 이전 개회식 입장 방식서 여러 나라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특색을 나타나는 의상과 행동을 통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배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인해 이전 입장 방식의 개성이 사라졌다.
여기에 각 국 선수단의 수에 맞춰 배를 태우는 방식도 충분히 호불호가 갈릴만 했다. 특히 소수의 선수단이 참가한 나라의 경우는 소형 배를 타고 입장하는 것과 미국 중국 등이 국가들이 대형 배를 타고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 오히려 파리 올림픽 스스로가 내세우는 가치인 '평등'에 부합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 특정 이슈를 강조하기 위해서 다소 전통적인 올림픽 개회식에 나오지 않을듯한 파격적인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말도 안 되는 실책도 나왔다. 개회식 한국의 입장을 안내하면서 공식 채널 아나운서가 한국을 '북한'이라고 호칭한 것이다.
장내 아나운서는 바로 자신들의 발언을 수정하긴 했으나 기본적인 개념 부족으로 큰 충격을 줬다. 한편 153번째로 나선 북한의 소개 시간에는 실수는 없었다. 실수든 의도든 여러모로 공식적인 사과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프랑스는 앞서 코파 아메리카에서 엔소 페르난데스가 서포터스와 함께 프랑스를 비하하는 응원가를 부르자 강경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엔소의 행동에 항의하기 위해 프랑스 축구 협회가 바로 성명을 발표하고 외교 라인서 직접 강하게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얼마 후에 프랑스 축구협회가 공식 SNS에서 일본과 프랑스의 21세 이하(U-21) 경기 결과를 전하면서 공식적인 명칭인 JPN 대신 JAP이라는 약자를 올려 논란이 됐다.
JAP은 2차 대전 시절 일본을 멸시하던 호칭서 나온 것이다. 우습게도 프랑스 축구협회는 엔소 때 보인 기민한 반응과 달리 JAP 발언이 일본에서 큰 논란이 됨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켰다. 여러모로 자신들에 대한 비하나 폄하에는 강경 대응하면서 다른 국가에 대한 모독은 방치한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까. 문화 대국을 자처하지만 엉망 진창으로 행사를 진행한 프랑스이기에 한국적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있는 대한체육회 관계자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적극 대응 중이다. 현지에 있는 체육회 관계자는 "현장에선 방송을 들을 수 없어 상황을 뒤늦게 확인했다"면서 "선수단과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도 이 내용을 보고한 만큼 정식으로 이의제기나 항의가 있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을 맞아 장미란 문체부 차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27일 메인프레스센터(MPC)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개회식 공식 채널서 한국을 북한으로 부르는 사건이 터지자 체육회 측은 "이 자리에서 이번 사태 관련 입장이나 대응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엔소의 인종 비하 노래와 달리 프랑스에서 JAP 멸시 사태는 제대로 화제가 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내로남불의 정석을 보여준 것. 과연 평등을 모토로 진행한 공식적인 올림픽 개회식 행사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을 북한으로 부르는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른 프랑스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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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파리(프랑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