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판도가 2강5중3약으로 재편되고 있다. 전반기를 마칠 때만 해도 2위 싸움을 벌이던 두산과 삼성이 후반기 들어 주춤한 사이 KT와 NC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3위부터 7위까지 5개 팀이 2.5경기 내로 초접전 레이스가 형성됐다.
전반기 종료 시점에서 2위를 차지한 LG는 그러나 3~4위 두산과 삼성에 각각 0.5경기, 1.5경기로 쫓기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7연승을 달리며 2위 싸움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다. 3위 삼성과 격차를 3.5경기로 벌리며 달아났다.
후반기에 두산은 6승9패(승률 .400), 삼성은 6승8패(.429)로 고전하며 2위 싸움에서 밀려났다. 시즌 전 예상과 전력을 뛰어넘는 성적으로 전반기까지 2위 싸움을 벌였지만 갈수록 힘이 떨어지고 있다. 7월 선발 평균자책점 9~10위(두산 5.15, 삼성 5.20)로 선발진이 버티지 못하면서 불펜 힘이 약화된 것이 두 팀의 공통점이다.
6월까지 두 팀은 불펜 야구가 강점이었다. 두산은 구원 평균자책점 1위(4.05)로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이었고, 삼성도 이 부문 3위(4.64)로 지키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7월에 두산은 5위(5.43), 삼성은 8위(6.52)에 그치고 있다. 나란히 7월 최다 6번의 역전패를 당하며 후반에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다.
두산은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이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뒤 일시 대체로 들어온 시라카와 케이쇼의 기대 이하 투구로 불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필승조의 일원이었던 최지강이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것도 악재. 삼성도 오승환, 임창민, 김재윤 등 30~40대 베테랑 불펜 필승조가 점점 힘에 부치고 있다. 가뜩이나 타선이 약한데 중심타자 구자욱이 사구로 인한 종아리 부상으로 빠졌고, 접전 경기를 반복하면서 불펜이 계속 소모되는 중이다.
두 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후반기 들어 코칭스태프 보직을 변경하고, 외국인 타자를 교체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두산은 메인 투수코치를 시즌 도중 두 번이나 바꿨고, 삼성도 수석·투수·타격·배터리 등 주요 파트를 전부 교체했지만 당장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위 싸움에서 밀려난 것도 아쉬운 두산과 삼성인데 이제 5강도 안심할 수 없다. 밑에서 올라온 팀들의 기세가 엄청나다. 7월 들어 12승3패, 무려 8할 승률로 최고 성적을 내고 있는 KT가 어느새 시즌 5할 승률을 넘어섰다. 5위 NC에 승차 없는 6위에 오른 KT는 4위 두산에 1경기, 3위 삼성에 1.5경기 차이로 따라왔다.
7월에만 4번의 우천 취소로 마운드 운영이 편해진 KT는 장점인 마운드를 제대로 살리고 있다. 5선발 없이 확실한 선발 4명(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 고영표, 엄상백)만 쓰면서 적절한 우천 휴식으로 필승조 활용을 극대화하고 있다. 마무리 박영현이 7월 10경기 7세이브를 거두며 12⅔이닝 15탈삼진 무실점으로 절정의 구위를 뽐내고 있다.
타선에선 멜 로하스 주니어(.403), 김상수(.354), 장성우(.306) 등 베테랑들이 타율 3~4할대 맹타를 치고 있는 상에서 전역한 심우준이 주전 유격수로 돌아와 8경기 타율 3할7푼5리(24타수 9안타) 1홈런 3타점 2도루 OPS .942로 공수주에서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5위 NC도 중심타자 손아섭이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도 7월 9승5패(승률 .643)로 상승세를 타며 두산과 삼성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26일 창원 NC전에서 손목에 공을 맞은 박건우가 골절 의심 판정을 받아 장기 이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7월 6승8패(승률 .429)로 주춤하면서 7위로 떨어진 SSG도 여전히 3~4위 삼성과 두산에 각각 2.5경기, 2경기 차이로 추격권에 있어 무시할 수 없다.
3위부터 7위까지 불과 2.5경기 내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1~2위 KIA와 LG가 포스트시즌 2두 자리를 예약한 가운데 3~5위 세 자리를 두고 5개 팀이 경쟁하는 구도가 이뤄졌다. 이 중 2개 팀은 가을야구 탈락의 쓴잔을 들이켜야 한다. 2위를 노리던 두산과 삼성이 탈락의 두 팀이 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으로 급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