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교체를 거부한 투수가 노히터 게임을 달성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에이스로 떠오른 딜런 시즈(29)가 그 주인공이다. 최고 시속 161km 강속구로 개인 최다 114구를 뿌리며 생애 첫 노히터 게임을 해냈다.
시즈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9이닝 3볼넷 9탈삼진 무실점 노히터 게임으로 샌디에이고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 최초이자 구단 역사상 두 번째 노히터 게임.
1회초 2사 만루 김하성 타석을 앞두고 우천으로 중단된 경기가 1시간16분이 흘러 재개되는 변수가 있었지만 시즈는 흔들리지 않았다. 1회말, 4회말, 7회말 내준 볼넷 3개를 제외하곤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았다.
최고 시속 100.2마일(161.3km), 평균 98.3마일(158.2km) 포심 패스트볼이 평소보다 더 좋았다. 시즌 평균 97마일(156.1km)보다 더 빠른 패스트볼(44개)에 날카로운 슬라이더(60개), 너클 커브(10개)까지 3가지 구종을 구사하며 워싱턴 타선을 압도했다. 헛스윙만 18개를 이끌어낼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9회까지 개인 최다 투구수 114개로 노히터를 해낸 시즈이지만 7회를 마친 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교체 지시를 했다. 7회까지 투구수가 94개로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시즈의 의지가 9회까지 노히터로 이어졌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시즈는 “컨디션이 좋았다. 몸 상태가 좋았기 때문에 계속 던지고 싶었다”며 “감독과 대화가 잘 됐다. 만약 내가 다음 이닝에 흔들리거나 투구수가 많아지면 빼달라고 했다. 다행히 경기 끝까지 잘 풀렸다”고 말했다.
시즈와 대화를 통해 최대 투구수 120개 이하로 설정한 쉴트 감독은 “그의 신념이 마음에 든다. 감독은 열린 마음으로 선수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즈는 컨디션이 좋았고, 확신에 찬 상태로 강력하게 주장을 펼쳤다”며 교체를 하려다 말았던 상황을 설명했다.
동료의 지원도 있었다. 시즈가 쉴트 감독과 대화할 때 투수 조 머스그로브가 “구위가 좋아 보인다”며 더 던질 수 있게 거들었다. 머스그로브는 2021년 4월10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9이닝 1사구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샌디에이고 구단 역사상 최초 노히터 게임을 달성한 투수.
동료 투수의 의견까지 수렴해 교체하려던 시즈를 8회에도 마운드에 올린 쉴트 감독은 “머스그로브는 노히터를 한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며 “멋진 경기였다. 야수들의 수비도 좋았고, 시즈에겐 정말 멋지고 역사적인 날이었다”고 축하했다. 시즈는 “내가 노히터를 진짜로 해내다니, 정말 어떤 기분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행복할 뿐이다. 이 선수들과 함께해 정말 특별했다. 놀랍고, 믿기 어려운 일이다”며 “오늘 운명은 내 편이었다”고 감격했다.
201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데뷔한 시즈는 2022년 32경기(184이닝) 14승8패 평균자책점 2.20 탈삼진 227개로 활약하며 잠재력을 터뜨렸다. 그해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2위에 오르며 정상급 투수로 올라섰다.
지난 3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된 시즈는 올 시즌 22경기에서 131이닝을 던지며 10승8패 평균자책점 3.50 탈삼진 168개 WHIP 0.98 피안타율 1할9푼1리로 샌디에이고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내셔널리그(NL) 탈삼진 1위, 이닝 2위, 다승·피안타율 3위, WHIP 4위에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