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울렁증인가. 아니면 실력인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단기 외국인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가 또 다시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시라카와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12차전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3피안타 5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흔들렸다.
1회초 시작과 함께 선두타자 이주형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로니 도슨을 병살타, 송성문을 루킹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이어 김혜성-고영우-김웅빈을 만난 2회초 공 15개를 이용해 첫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고, 3회초에도 김재현-이재상-이용규 상대 공 10개를 이용해 세 타자만을 상대했다. 이전 2경기와 달리 3회초까지 특유의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안정감을 뽐냈다.
시라카와는 0-0으로 맞선 4회초 첫 실점했다. 선두타자 이주형 상대 중전안타를 맞은 뒤 폭투에 이어 풀카운트 끝 도슨을 볼넷 출루시킨 상황. 이어 송성문 상대로 1타점 우전 적시타를 헌납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위기에서 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후속타자 김혜성을 8구 승부 끝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고영우를 유격수 병살타 처리,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0-1로 뒤진 5회초에도 흔들렸다. 선두타자 김웅빈의 안타와 김재현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득점권 위기에 처한 시라카와. 이재상을 3루수 뜬공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이용규, 이주형을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도슨 상대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시라카와는 결국 0-2로 뒤진 5회초 2사 만루에서 김명신과 교체되며 아쉽게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82개. 김명신이 송성문을 범타로 막아내며 승계주자 3명이 모두 지워졌지만, 이미 2점을 내준 뒤였다.
시라카와는 두산 이적 후 3경기 연속 5회를 채우지 못했다.
시라카와는 지난 10일 어깨를 다쳐 이탈한 브랜든 와델을 대신해 두산과 총액 400만 엔(약 3400만 원)에 단기 대체 외국인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독립리그 에이스 출신인 시라카와는 지난 5월 SSG 랜더스의 단기 대체 외국인선수로 KBO리그에 입성해 5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잠시 시행착오를 겪었던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1⅓이닝 8실점 7자책)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이 2점대였다.
시라카와는 SSG와의 6주 계약이 만료된 뒤 때마침 단기 외인 구인에 나선 두산의 영입 제의를 받으며 한국 생활을 6주 연장했다. 연봉도 SSG 시절 180만 엔(약 1620만 원)에서 두 배가 넘게 뛰었다.
프로 무대가 처음인 시라카와는 관중이 많은 경기에서 유독 흔들리는 경향을 보였다. SSG 랜더스 시절이었던 6월 7일 2만678명이 들어찬 사직구장에서 롯데 상대로 1⅓이닝 8실점(7자책) 최악투로 고개를 숙였고, 7월 1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 3⅔이닝 4실점(2자책), 19일 잠실 LG 트윈스전 3이닝 5실점으로 연달아 조기 강판됐다. 두 경기 모두 잠실구장 2만3750석이 매진됐던 터. 2만 명 이상이 입장한 3경기 시라카와의 평균자책점은 15.75(8이닝 14자책)에 달했다.
이날은 삼성, LG에 비해 비교적 팬층이 얇은 키움전을 맞이했지만, 인기 여자아이돌 에스파 멤버 윈터의 시구로 평일임에도 예매로만 1만7000석 이상이 팔리며 다시 수많은 관중 앞에서 공을 던졌다. 그리고 결과는 3경기 연속 조기 강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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