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더 브라위너(33, 맨체스터 시티)도 선수이기 전에 아빠였다. 그가 사랑하는 두 아들과 딸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행을 포기했다.
영국 '데일리 스타'는 24일(한국시간) "더 브라위너는 가족들이 맨체스터에 머물 수 있도록 주급 100만 파운드(약 18억 원)에 달하는 사우디의 제안을 거절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더 브라위너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 뜨거웠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루디 갈레티는 이달 초 "알 이티하드와 더 브라위너 간에 구두 합의가 있었다. 사우디 국부 펀드(PIF) 대표단과 알 이티하드의 몇몇 대표자들이 그와 대화를 나눴다. 더 브라위너는 이적을 승인했다"라고 전했다.
더 브라위너는 이미 결심을 내렸다는 이야기였다. 갈레티는 "이제 맨시티에 달려 있다. 맨시티도 더 브라위너를 보내주는 데 열려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알 이티하드뿐만 아니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알 나스르도 더 브라위너를 노렸다. 하지만 알 이티하드가 영입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것.
'골닷컴'도 이 소식을 전하며 "시티가 더 브라위너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이 오면 올여름 그를 놓아줄 생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기회가 주어지면 현금화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짚었다.
더 브라위너가 사우디와 연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1년 전에도 사우디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더 브라위너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반기를 뛰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사우디는 굴하지 않고 러브콜을 보냈다.
당시에는 맨시티가 더 브라위너를 지키기로 택했다. 그가 사우디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맨시티는 더 브라위너와 함께 '최초의 PL 4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목표를 이뤘다.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다. 더 브라위너도 압도적인 돈 앞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계약 기간이 1년 남아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야 한다"라며 "내 큰아들은 이제 8살이고, 잉글랜드밖에 모른다. 그는 내가 맨시티에서 얼마나 오래 뛸 것인지 묻는다. 일단 때가 되면 어떤 방법으로든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더 브라위너는 "내 나이에는 모든 것에 열려 있어야 한다. 내 커리어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돈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야 할 때도 있다"라며 "사우디에서 2년을 뛰면 믿기 힘든 돈을 벌 수 있다. 난 지금까지 15년 동안 축구를 해야 했다. 아직 그 금액에 도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가족들과 사우디 생활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더 브라위너는 아이들을 먼저 생각했다. 그는 아내와 상의 끝에 맨시티에 남기로 택했다. 일단 1년은 더 맨시티에서 뛰겠다는 계획.
더 브라위너는 알 이티하드와 구두 합의도 깨기로 결심했다. 데일리 스타는 "더 브라위너는 알 이티하드와 대화해 왔고, 원칙적으로 3년 동안 1억 5600만 파운드(약 2784억 원)을 받는 계약에 합의했다. 알 이티하드 측은 더 브라위너가 은골로 캉테, 카림 벤제마와 함께하길 원했고, 벨기에 슈퍼스타를 데려올 자신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유는 자녀들의 교육 문제. 이어 매체는 "그러나 더 브라위너는 이제 맨시티와 최소한 한 시즌은 더 동행할 것이다. 그는 아내 미셸과 사우디 이적을 논의했다. 미셸은 그의 아이들이 이사가는 걸 꺼리고 있다. 더 브라위너 부부는 8살인 장남 메이슨 밀리언의 학교를 바꾸는 걸 특히 주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더 브라위너는 천문학적인 돈을 포기하고 아이들의 교육을 먼저 택한 셈. 그를 붙잡고 싶어 하는 맨시티로선 반가운 일이다. 더 브라위너의 계약은 2025년 여름이면 만료되지만, 맨시티 측은 재계약을 원하고 있다. 미국 프리시즌 투어를 마친 뒤 대화가 시작될 예정이다.
앞서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 역시 더 브라위너의 잔류를 선언한 바 있다. 그는 더 브라위너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떠나면 그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물론 과르디올라 감독은 "마지막 날까지 (이적할) 기회가 있고,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같은 스쿼드를 유지할 확률이 85%, 90%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 선수들은 대체하기 어렵고, 수준도 높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누군가가 떠날지도 모르니 두고 봐야 한다"라며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두긴 했다.
그러나 더 브라위너가 가족을 먼저 생각하면서 조금의 가능성도 사라지게 됐다. 현재 그는 맨시티에서 매년 1768만 파운드(약 313억 원)를 수령하며 PL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긴 하지만, 돈을 중요시했다면 사우디의 제안을 승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맨시티는 더 브라위너를 남기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그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PL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다. 더 브라위너는 2015년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뒤 과르디올라 감독과 함께 PL 우승 6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1회, FA컵 우승 2회,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우승 5회 등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도 부상을 딛고 26경기 6골 18도움을 기록하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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