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닝 더 던진다고 계속 얘기했는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37)은 지난 18일 창원 NC전에서 5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패전을 당한 것보다 류현진이 더 찜찜하게 여겼던 게 있었으니 이닝이었다. 5회까지 투구수가 83개밖에 되지 않아 1이닝 더 갈 수도 있었지만 교체됐다.
이튿날 김경문 한화 감독은 “현진이가 1이닝 더 던지겠다고 계속 얘기했지만 다음 경기도 있고, 시즌 끝날 때까지 (건강하게) 계속 던지는 게 팬들한테도 그렇고 팀한테도 좋다. 실점은 4점이지만 1점은 실책으로 준 것이다. 5이닝 3실점이면 자기 역할을 다한 것이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이 류현진의 고집을 애써 꺾은 것은 못 믿어서가 아니었다. 아직 시즌이 두 달 이상 남아있고, 류현진이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하는 게 우선이다. 어느덧 37세 베테랑이 된 류현진이기 때문에 관리는 필수다. 이런 김경문 감독의 뜻과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에이스의 책임감이 누구보다 큰 류현진은 “(승패를 떠나) 6회를 던지고 내려오면 그래도 기분이 낫다”며 5이닝 83개로 끝난 것에 못내 아쉬워했다.
그 아쉬움을 다음 등판인 24일 대전 삼성전에서 풀었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7이닝 7피안타 1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4번째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QS+) 투구를 했다.
김현준에게 2회 좌전 적시타, 7회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내준 2점이 전부였다. 총 투구수 96개로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50km, 평균 146km 직구(55개) 중심으로 체인지업(19개), 커브(15개), 커터(7개)를 원하는 곳으로 던지며 효율적으로 막았다.
지난 등판에서 5이닝 83개로 관리를 받은 영향인지 이날 류현진의 공에는 힘이 넘쳤고, 직구 구사 비율이 57.3%로 올 시즌 들어 가장 높았다. 2회 무사 1,2루에선 류지혁의 보내기 번트에 빠르게 달려들어 3루 승부로 선행 주자를 잡아낸 뒤 2회 2사 김지찬부터 3회 이재현과 루벤 카데나스까지 3타자 연속 투수 땅볼을 처리할 만큼 수비 움직임도 좋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한화 타선이 류현진을 돕지 못했다. 삼성 선발 코너 시볼드의 공이 제대로 긁힌 날이었고, 한화 타자들이 6회까지 1안타 1볼넷 무득점으로 막혔다. 7회 2사 후 안치홍과 이재원의 연속, 상대 2루수 류지혁의 송구 실책으로 어렵게 1점을 냈다. 결국 1-2로 뒤진 8회 마운드를 넘긴 류현진은 지난달 18일 청주 키움전 8이닝 무실점 승리 후 5경기째 5승에 발이 묶였다.
비록 승운은 계속 따르지 않고 있지만 류현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3.76에서 3.68로 낮췄다. 이 부문 규정이닝 투수 19명 중 전체 6위로 국내 투수 중에선 1위다. 삼성 원태인(3.69)을 2위로 밀어냈다. 시즌 첫 9경기까지 평균자책점 5.33으로 고전했던 류현진은 이후 10경기 2.36으로 원래 모습을 찾았다. 이 기간 리그 전체 2위 기록으로 어느새 시즌 평균자책점도 3점대 중반으로 낮췄다.
ABS 도입, 공인구 반발력 상승, 수비 시프트 제한 등 리그 환경 변화 속에 타고투저가 된 올해는 3점대 평균자책점도 상당히 경쟁력 있는 수치. 퀄리티 스타트도 12번으로 국내 투수 중 두산 곽빈(13번) 다음으로 많다.
무엇보다 풀타임 시즌을 건강하게 소화 중인 부분이 가장 고무적이다. 지난 5월31일 대구 삼성전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경기 시작 30분 전에 등판 취소한 것을 빼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19경기 110이닝을 던졌다. 투구 이닝도 국내 투수 중 KIA 양현종(115⅓이닝), 두산 곽빈(114이닝) 다음 가는 3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