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불펜이 두 달 만에 무너졌다. 5월까지 최소 역전패로 철벽 불펜 위용을 떨쳤지만 6월 이후 조금씩 흔들리더니 7월에는 붕괴 조짐이다.
삼성은 지난 23~24일 대전 한화전에서 연이틀 8회 리드를 날리며 역전패를 당했다. 믿었던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이틀 연속 같은 타자 요나단 페라자에게 결승타를 맞아 충격이 더 크다.
23일 경기에선 5-4로 앞선 8회말 셋업맨 김재윤이 볼넷과 안타로 주자를 쌓더니 포수 이병헌의 본헤드 플레이로 스트라이크 낫아웃 출루를 허용하며 만루 위기가 됐다. 장진혁을 2루수 인필드플라이로 처리하며 한숨 돌렸지만 2사 만루에서 투입된 오승환이 페라자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5-6 역전패를 당했다. 오승환의 블론세이브.
24일 경기에서도 2-1로 앞선 8회말 황동재가 필승조 테스트를 받았지만 투아웃을 잡은 뒤 김태연, 노시환, 채은성에게 3연속 안타를 맞고 1실점하면서 2-2 동점이 됐다. 최지광이 안치홍을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지만 9회말 오승환이 또 무너졌다.
오승환은 선두타자 황영묵에게 중견수 키 넘어가는 3루타를 허용하더니 최재훈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져 주자를 쌓았다. 무사 1,3루에서 장진혁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2루수 안주형이 다이빙 캐치했다. 최초 판정은 노바운드 직선타 아웃으로 1사 1,3루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삼성 측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 판독 결과 숏바운드 땅볼로 확인됐다. 안주형의 송구를 받은 1루수 류지혁이 1루 주자 최재훈을 태그한 뒤 베이스를 밟으면서 타자까지 더블 플레이로 연결시켰다.
류지혁의 센스로 투아웃을 잡아 2사 3루로 상황이 바뀌었다. 삼성 쪽으로 흐름이 넘어오는가 싶었지만 오승환이 이어주지 못했다. 1~2구 연속 볼을 던진 뒤 3구째 직구를 몸쪽으로 붙였지만 페라자의 배트에 맞은 타구가 우측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가 됐다. 23일 경기에서 한화전 개인 통산 첫 블론세이브를 범한 오승환은 이날 첫 패전까지 당했다.
KBO리그 14시즌 커리어 동안 한화전 블론세이브, 패배가 한 번도 없었는데 23~24일 연이어 기록했다. 그만큼 오승환의 상태가 좋지 않다. 시즌 첫 30경기에서 1승2패21세이브 평균자책점 1.67로 막으며 블론세이브가 1개밖에 없었지만 지난달 16일 창원 NC전부터 최근 13경기에선 1승4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11.32로 부진을 거듭하며 블론세이브도 4개나 된다. 25세이브로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라있지만 시즌 평균자책점은 4점대(4.01)로 치솟았다.
이쯤 되면 오승환이 마무리 보직을 완전히 놓진 않더라도 재정비 시간이 필요하지만 팀 사정에 여유가 없다. 셋업맨 김재윤도 4월까지 2점대(2.04) 평균자책점으로 호투했지만 5월 이후에는 5점대(5.22)로 불안하다. 4월까지 0점대(0.64) 평균자책점으로 위력을 떨친 임창민도 5월 이후 6점대(6.75)로 기복이 심하다.
5월까지 삼성은 역전패가 8번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팀이었다. 그러나 불펜의 힘이 크게 떨어진 6월 이후로는 가장 많은 13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승률(16승5패 .762)이 제일 낮은 팀이기도 하다.
삼성은 지난해 리그 최다 38번의 역전패를 당한 뒤 오프시즌 불펜 강화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FA 시장에서 오승환을 눌러앉힌 뒤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 좌완 최성훈과 언더핸드 양현을 지명했다. 방출 선수로 이민호까지 데려오며 불펜 자원을 늘리는 데 집중했고, 시즌 초반에는 그 효과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준수한 선발진에 비해 타선의 힘이 떨어져 접전 승부가 많았고, 불펜 필승조의 호출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 베테랑 투수들이 많은 불펜 구성상 시즌 뒤로 갈수록 과부하가 걸릴 것으로 예상됐고, 6월부터 불펜 힘이 약화되고 있다.
오승환(4.01), 김재윤(4.02), 임창민(4.33) 모두 시즌 평균자책점이 4점대에 형성돼 있고, 최성훈(6.92)과 양현(7.84)의 기여도는 낮다. 반등에 성공한 김태훈(2.97)이 지난달 말 내복사근 파열로 이탈한 것도 아쉽다. 상무에서 제대한 김윤수도 불펜 자원으로 기대됐지만 복귀전에서 볼넷 4개로 제구력이 흔들리며 퓨처스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있다. 최지광과 황동재가 필승조로 올라왔지만 전반적인 불펜의 힘과 안정감이 떨어진다.
시즌 전 예상보다 좋은 성적으로 상위권에 오른 삼성이지만 이런 흐름이라면 2위 싸움은 쉽지 않다. 최근 6연승을 질주한 LG와 격차가 2.5경기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5위 KT가 3경기 차이로 압박하면서 위보다 아래를 신경써야 할 상황으로 급변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