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적어도 39세 베테랑 우규민(KT 위즈)의 후반기 투구를 보면 그렇다.
프로야구 KT 이강철 감독은 최근 현장에서 만나 후반기 이른바 ‘미친 반등’의 요인 중 하나로 우규민의 부활을 꼽았다.
이 감독은 “최근 우규민이 1이닝씩 정말 잘 막아주고 있다. 연승 비결 중의 하나인 거 같다. 우리 팀은 누가 떨어지면 누가 올라오는 특성이 있는데 최근 우규민이 올라온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우규민은 작년 11월 개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KT의 1라운드 6순위 지명을 받았다. 200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 2차 3라운드 19순위 지명된 그가 삼성 라이온즈를 거쳐 프로 3번째 이적을 맞이한 순간이었다. 우규민은 39살이라는 은퇴를 해도 무방한 시기에 실력을 인정받아 마법사 군단의 필승조로 낙점됐다.
지난 2월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우규민은 “KT는 베테랑부터 어린 친구들까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알아서 찾아서 한다. 그래서 좋은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다. 이강철 감독님과 (박)경수가 선수단을 잘 이끈 덕분에 강팀이 됐다”라며 “감독님께서 내가 1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으니 더도 말고 1이닝만 잘 던져달라고 말씀해주셨다. KT에 온 뒤로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된다”라고 새 출발의 설렘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시즌 초반은 불안의 연속이었다. 3월 평균자책점 9.82, 4월 6.00으로 고전하며 새 둥지 적응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필승조 임무는커녕 아예 이강철 감독의 중용을 받지 못하면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우규민은 5월부터 마침내 필승 잠수함의 면모를 되찾았다. 5월 6경기 평균자책점 0에 이어 6월에도 6경기 2.45로 흐름을 이었고, 7월 들어 다시 ‘제로’ 행진을 펼치고 있다. 특히 7월 들어서는 팀의 승리와 직결되는 투구를 펼치며 구원승을 두 차례나 맛봤다. 7월 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21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아웃카운트 4개 이상을 책임지며 팀에 헌신하기도 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이 감독은 “시즌 도중 잠시 2군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라고 한 게 좋게 작용했다. 그 때 힘을 비축하면서 지금 공에 힘이 많이 붙은 모습이다”라고 바라봤다.
우규민의 반등을 등에 업은 KT는 후반기 9경기서 7승(2패)을 거두며 선두 KIA 타이거즈에 이어 승률 2위를 질주 중이다.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4.12) 1위에 빛나는 마운드를 앞세워 견고했던 5강 체제에 균열을 내고 있다. 한때 꼴찌였던 KT는 23일 오전 기준 5위 NC 다이노스를 1.5경기 차이로 추격하는 7위(45승 2무 47패)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 감독은 “선발진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타선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투타 모두 엇박자 없이 잘 흘러가고 있는 게 만족스럽다. 좋은 선수들로 이기는 경기를 하고 있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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