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프로야구 화제의 인물은 LG 트윈스에서 방출된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5)였다. 2019년부터 LG에서 6년을 뛰며 구단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활약한 켈리는 빼어난 성적만큼 남다른 ‘팀 퍼스트’ 정신으로 귀감이 됐고, 전례가 없던 ‘고별식’으로 예우를 받으며 뜨거운 안녕을 했다.
KBO리그 6시즌 통산 163경기(989⅓이닝) 73승46패 평균자책점 3.25 탈삼진 753개로 우수한 성적을 남긴 켈리가 유난히 약했던 타자가 있었는데 바로 김인환(30·한화)이다.
통산 22차례 맞대결에서 타율 5할2푼4리(21타수 11안타) 2홈런 1볼넷 3삼진 OPS 1.355로 김인환이 절대 강세를 보였다. 켈리와 10타석 이상 맞붙은 타자 중 가장 높은 타율로 천적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올해는 맞대결이 없었다. 켈리가 지난 5월21일, 7월14일 대전에서 한화 상대로 2경기 선발등판했지만 김인환이 출장하지 못했다. 5월에는 1군에 없었고, 켈리의 마지막 등판이 된 14일 경기는 선발에서 제외됐다.
그만큼 올 시즌은 김인환에게 순탄치 않았다. 2년 연속 외부 FA로 1루수, 지명타자 포지션이 겹치는 채은성과 안치홍이 연이어 들어와 입지가 줄었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4월16일 채은성의 손가락 부상 때 1군에 올라왔지만 3경기 4타수 무안타 2삼진을 기록한 뒤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 57경기 타율 3할1푼4리(188타수 59안타) 5홈런 25타점 32볼넷 35삼진 OPS .866으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1루수뿐만 아니라 좌익수 수비까지 나서며 출장 기회를 늘리기 위해 공수에서 준비했고, 지난 14일 1군에 다시 콜업됐다. 타선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이 김인환을 직접 보기 위해 불렀다.
6월초 한화에 부임한 김경문 감독은 이전부터 김인환의 타격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김 감독은 “2년 전부터 김인환이 치는 것을 많이 봤는데 타격에 소질이 있더라. 수비가 약해서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다 발휘하지 못했지만 2군에서 외야 수비도 해보라고 했다. 쉽게 되는 건 아니지만 아까운 재능이라고 봤다. 한 번 보고 싶어서 올렸다”며 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이 말한 2년 전은 2022년으로 당시 김인환은 113경기 타율 2할6푼1리(398타수 104안타) 16홈런 54타점 OPS .722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일발 장타력을 뽐내며 팀 내 최다 홈런을 기록했고, 중고 신인 자격으로 신인왕 투표도 2위에 올랐다. 타선의 기복이 심한 한화로선 좌타 거포 김인환을 마냥 2군에 두기 아까웠다.
1군 콜업 후 제한된 기회 속에서 김인환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창원 NC전에서 9회 대타로 나와 이용찬에게 1루 강습 타구로 시즌 첫 안타를 신고한 김인환은 19일 대전 KIA전에도 9회 대타로 들어서 전상현에게 볼넷을 골라내 출루했다. 안치홍이 왼쪽 다리에 불편함을 느껴 결장한 20일 KIA전에는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제임스 네일에게 중전 안타를 치며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21일 KIA전에서 폭발했다. 4회 대타로 나와 볼넷을 얻어내며 찬스를 연결한 김인환은 6회 1사 2,3루에서 시즌 첫 마수걸이 홈런을 쳤다. 좌완 곽도규의 2구째 몸쪽 낮게 들어온 시속 129km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5m. 스코어를 7-5로 뒤집는 역전 스리런 홈런이었다. 지난해 8월11일 대전 두산전 이후 345일 만에 1군에서 홈런 손맛을 봤다.
8회에도 좌완 이준영의 초구 몸쪽 직구를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그동안 약점을 보였던 좌완 투수 상대로 홈런에 멀티히트를 쳤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비록 한화는 9회 마무리 주현상이 최형우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아 7-8로 재역전패, 7연패 늪에 빠졌지만 김인환의 활약은 큰 수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