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고민에서 시작된 트레이드. 하지만 트레이드 시장에서는 원성이 자자했다. 트레이드 시장의 인플레이션을 촉발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그만큼 절박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NC 다이노스 내야수 김휘집(22)이 트레이드 이후 장타 본능을 본격적으로 뽐내고 있다. 지난 5월30일 NC는 김휘집을 데려오기 위해 2025 신인드래프트 지명권 1라운드와 3라운드 지명권을 줬다. 지명권 트레이드가 허용된 이후 처음으로 지명권 2장이 거래된 트레이드였다.
김휘집은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9순위로 지명된 전도유망한 내야수였다. 데뷔 시즌부터 기회를 받으면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후 히어로즈 유격수 계보를 이을 거포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다.
적어도 지난해까지 키움은 김휘집은 ‘판매불가’ 선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신인 고영우 이재상 등이 빠르게 자리잡으면서 이들에게 경험치를 줘야 했다. 김휘집에게 미련을 가질 이유가 사라졌다.
반면 NC는 주전 내야진은 공고했지만 전체적인 뎁스는 아쉬웠다. 2루수 박민우-3루수 서호철-유격수 김주원의 라인업은 굳어져 있었지만 이들을 뒷받침 할만한 선수가 부족했다. 도태훈 김한별 김수윤 등의 내야진이 있었지만 주전급 선수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NC는 김휘집을 지난해부터 눈독을 들였다. 강인권 감독이 콕 찝었다. 결국 올해 신인 지명권 2장을 포기하면서까지 김휘집을 데려왔다. 갈증이 절박함을 가중시켰다. 주전 2루수 박민우는 어깨 통증 관리 이슈로 정기적인 출장은 힘들다. 3루수 서호철도 기복이 있었다. 무엇보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쳤지만 김주원의 성장이 더졌다. 올해 헤매고 있는 김주원에게 자극을 주고 경쟁의 장이 열릴 필요가 있었다. 김휘집에게 시선이 갔던 이유다.
다만 트레이드 당시 김휘집의 시장 가치가 1라운드와 3라운드 신인 지명권 2장에 걸맞냐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NC 나름대로의 고민이 담긴 결정이었지만, 트레이드 시장에서 이 거래를 보는 시선은 물음표가 가득했다. 이 거래가 시장의 인플레를 촉진시켰다고 볼 수 있다. 트레이드 시장에 나온 키움 마무리 투수 조상우의 가치가 김휘집 트레이드 때문에 더 높아졌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래도 트레이드는 뚜껑을 제대로 열어봐야 할 수 있다. 그리고 올 시즌에도 이 트레이드의 성패가 판가름 날 수 있다. 김휘집은 NC 유니폼을 입고 36경기 타율 2할4푼6리(122타수 30안타) 7홈런 19타점 OPS .780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키움 시절 성적과 합칠 경우 김휘집의 성적은 87경기 타율 2할3푼6리(296타수 70안타) 12홈런 44타점 OPS .720다.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돌파했다.
지난 21일 수원 KT전에서는 홈런 2방을 때려내면서 팀의 8-2 승리를 이끌었다. 데뷔 추 처음으로 멀티 홈런 경기를 완성했다. NC 이적 이후 김휘집은 나날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미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김휘집인데, 현재 페이스대로면 19개의 홈런을 칠 수 있다. 꾸준히 기회를 부여 받고 탄력을 받으면 20홈런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 20홈런 내야수, 특히 유격수를 볼 수 있는 선수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김휘집은 신인 지명권 2장을 포기할 만큼 그 정도의 가치있는 선수라는 것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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