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지만 마음만은 늘 함께 한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지난 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앞서 주장 구자욱(외야수)의 유니폼을 덕아웃에 걸어두고 경기에 나섰다.
구자욱은 지난 20일 대구 롯데전에서 3-3으로 맞선 3회 1사 2루 찬스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롯데 선발 이인복이 던진 공에 왼쪽 종아리를 맞은 구자욱은 대주자 윤정빈과 교체됐다. 삼성은 21일 경기에 앞서 구자욱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박진만 감독은 “검사 결과 상태가 썩 좋지 않다. 많이 부어 있고 피가 고여 있다. 며칠간 치료에 전념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구자욱 대신 류지혁이 임시 주장을 맡았다. 박진만 감독은 “류지혁은 구자욱과 함께 중간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구자욱과 자주 소통하며 팀 분위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단은 덕아웃 한켠에 구자욱의 유니폼을 걸어 놓고 승부에 임했다. 부상으로 빠졌지만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날 삼성은 각본없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3-5로 뒤진 8회 이성규의 몸에 맞는 공, 류지혁의 기습 번트로 1사 1,2루 찬스를 마련했다. 대타 윤정빈이 좌전 안타를 때려 2루 주자 이성규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1점 차 턱밑 추격에 성공한 삼성은 9회 극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선두 타자 이재현이 롯데 마무리 김원중과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골라 누상에 나갔다. 삼성 벤치는 이재현 대신 안주형을 대주자로 내세웠다. 타석에는 루벤 카데나스. 김원중과 풀카운트 끝에 6구째 포크볼(131km)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 밖으로 날려 버렸다. 경기 종료. 삼성은 카데나스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롯데를 6-5로 꺾고 주말 3연전을 2승 1패로 마감했다.
박진만 감독은 “오늘 경기의 히어로는 끝내기 홈런을 친 카데나스다. 정말 짜릿한 홈런이었다. 팀 합류 후 빠른 적응력과 엄청난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팀이 원했던 부분을 잘 채워주고 있고 앞으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상대 타선을 잘 막아낸 불펜진들도 고생 많았다. 클래식 시리즈 3연전 동안 경기장을 가득 채워 주신 팬 여러분들의 응원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 것 같다. 다음 경기도 준비 잘해서 강한 삼성의 모습을 계속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시 주장 류지혁은 경기 후 구자욱의 유니폼을 들고 “자욱이 형 오늘 이겼어”라고 환히 웃었다. 구자욱의 유니폼이 승리의 토템이 된 셈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