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의 나이에 이 정도 존재감을 보이는 선수가 얼마나 있었을까.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1위 질주를 이끄는 ‘MVP 1순위’ 김도영(21)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패색이 짙던 경기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꿨다.
김도영은 지난 21일 대전 한화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지난 5월18일 창원 NC전부터 20일 대전 한화전까지 49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며 쉼없이 달려온 김도영에게 두 달여 만에 휴식이 주어졌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와 함께 김도영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이범호 KIA 감독은 “내야수들을 그동안 계속 빼주지 못했다. 오늘은 휴식을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이기는 경기가 되면 대타로 나갈 수 있다”며 ‘대타 김도영’을 예고했다.
KIA는 4회초까지 5-0으로 앞서던 경기를 5-7로 역전당했다. 5~8회 한화 마운드에 막혀 타선이 추가점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9회초에 들어갔다. 한화는 1점대(1.77)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던 특급 마무리 주현상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자 이범호 감독은 선두타자 서건창 타석에 김도영 카드를 꺼냈다. 1번타자로 나선 서건창이 이날 1타수 1안타 2볼넷으로 3출루에 성공했지만 이범호 감독은 이닝 시작부터 김도영을 대타로 내세우며 분위기를 바꿨다.
김도영이 등장하자 3루측 KIA 관중석에서 일제히 환호 소리가 나왔다. 등장만으로도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낸 김도영은 볼카운트 1B-2S에 몰렸지만 4구째 존에 들어오는 직구를 파울로 커트한 뒤 2개의 볼을 골라냈다. 풀카운트를 만들더니 7구째 몸쪽 직구를 잡아당겨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발 빠른 김도영이 1루에 나가자 주현상의 제구가 흔들렸다. 초구를 던지기 전부터 1루에 견제구를 넣은 주현상이 1~2구 연속 볼을 던지자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흐름을 끊었다. 하지만 3~4구도 연이어 존을 벗어나는 볼이 되면서 스트레이트 볼넷. 무사 1,2루로 주자가 쌓였다.
동점 주자가 나간 KIA는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초구에 2루수 인필드 플라이로 아웃돼 흐름이 끊기는가 싶었지만 4번타자 최형우가 해결사로 나섰다. 주현상의 5구째 몸쪽 낮은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중간 담장 밖으로 넘긴 것이다. 비거리 125m, 시즌 19호 역전 스리런 홈런. 스코어가 8-7로 다시 뒤집혔고, 이날 경기 최종 스코어가 되면서 KIA는 6연승을 달렸다.
결승 홈런의 주인공이 된 최형우는 경기 후 “(지고 있었지만) 9회초를 시작할 때 분위기는 좋았다. 그동안 우리가 계속 이기면서 여유가 조금 있었다. 경기를 지면 안 좋지만 지더라도 크게 부담이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마침 또 도영이가 대타를 나가니까 다들 업이 돼 있었던 것 같다”며 대타 김도영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올랐다고 했다.
이범호 감독도 “최형우가 해결사로서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고 말한 뒤 “9회초 타순이 좋았기 때문에 승부처로 보고 (김도영을) 대타를 기용했다.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도 선두타자부터 끈질기게 승부해 출루하며 찬스가 만들어졌다”며 대타로 돌파구를 마련한 김도영의 안타를 높이 평가했다.
시즌 3번째 6연승으로 2위 LG와 격차를 6.5경기로 벌린 KIA는 강력한 타격의 힘으로 1위를 질주 중이다. 팀 타율(.299), 홈런(111개), OPS(.833) 등 주요 타격 지표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팀 타율 3할대(.302)를 찍으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7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타선이다.
당시에도 지금도 부동의 4번타자로 KIA 핵타선 중심에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는 최형우는 “언제가 더 좋다는 것보다 지금이 뭔가 짜임새는 더 좋다. 파워라든지 그런 부분은 그때가 다 좋았지만 지금은 1번부터 9번까지 짜임새가 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들을 보면 올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때와 지금 가장 큰 차이가 김도영이라는 존재. 올 시즌 92경기 타율 3할4푼8리(359타수 125안타) 24홈런 69타점 94득점 43볼넷 68삼진 29도루 출루율 .418 장타율 .624 OPS 1.042를 기록 중인 김도영은 득점·장타율·OPS 1위, 홈런·안타 2위, 타율·출루율 5위, 도루 6위에 랭크돼 있다. 전반기에 이미 20-20을 돌파하며 30-30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김도영은 KIA의 1위 질주를 이끌며 MVP 레이스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평균자책점·탈삼진 1위를 달리고 있는 투수 카일 하트(NC)와 양강 구도를 그리는 가운데 기록 이상의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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