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전문지의 평가에선 밀려났어도 직접 그를 상대한 공격수는 엄지를 치켜 올렸다. 여기에 독일 현지 매체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랑리스테'를 발표했다. 랑리스테는 키커에서 매 시즌 발표하는 독일 최고의 신뢰성을 가진 축구 선수 평가로, 키커 선정 최고 선수 순위 목록이다.
평가 대상은 분데스리가 내 선수 및 해외 활동 중인 독일 국적의 선수들이며, 평가 기준은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선수 등급은 높은 순서대로 Weltklasse(WK, 월드 클래스), Internationale Klasse(IK, 인터내셔널 클래스), Nationale Klasse(NK, 내셔널 클래스)로 3개 분류로 나뉜다.
키커의 평가에 따르면 2023-2024시즌 센터백 중 WK 선수는 없다. 바로 IK 클래스 선수들부터 순위를 매겼는데, 1위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수비를 맡았던 마츠 훔멜스다.
2위는 바이어 04 레버쿠젠의 역사상 첫 리그 무패 우승을 이끌었던 요나탄 타였으며, 3위는 이번 이적시장을 통해 VfB 슈투트가르트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한 이토 히로키다. 4위는 훔멜스의 동료 니코 슐로터벡이 선정됐다. 5위엔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발데마르 안톤과 에드몽 탑소바가 각각 위치했다.
뒤이어 매겨진 NK에서는 에릭 다이어와 마테이스 더 리흐트가 각각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김민재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김민재는 지난 1월 '전반기 랭킹 리스트'에서 11위를 기록하며 NK에 포함됐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빠졌다.
키커는 순위에서 빠진 김민재에 대해 "아시안컵 이후 김민재는 바이에르 뮌헨에서 자리를 잃었고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레알 마드리드와 치른 준결승 1차전에서 2골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3-2024시즌 뮌헨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낸 이는 아마 김민재일 것이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개막 전 SSC 나폴리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괴물'이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다.
시즌 중반 아시안컵에 차출돼 자리를 비운 이후 '신입생' 에릭 다이어가 주전 자리를 차지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김민재는 출전 기회를 살리지 못해 경기 감각이 떨어졌고,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수비 실수를 범했다. 뒤이어 페널티 킥까지 내주며 팀의 승리를 놓쳤다.
키커의 설명처럼 김민재를 향한 분위기가 바뀐 것은 아시안컵 이후였다. 한동안 김민재를 기용할 수 없어지자 뮌헨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에릭 다이어를 영입했고 '굴러 들어온 돌' 다이어가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토트넘 홋스퍼에서는 '구멍'으로 불리며 조롱받았던 다이어지만, 뮌헨에서는 출전할 때마다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이 랑리스테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김민재지만, 그를 상대했던 공격수 세루 기라시는 김민재를 향해 엄지를 치켜 올렸다.
프랑스 매체 '르 클루브 5'는 20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새 공격수 세루 기라시가 2023-2024시즌 가장 어려웠던 상대 수비수 이름을 밝혔다"라고 전했다.
도르트문트는 지난 18일 공격수 기라시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4년으로 기라시는 2028년 6월까지 도르트문트 선수로 활약하게 된다.
2023-2024시즌 VfB 슈투트가르트는 승점 73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같은 시각 바이에른 뮌헨이 호펜하임에 2-4로 패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슈투트가르트는 뮌헨을 3위로 밀어내고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슈투트가르트는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획득했다.
슈투트가르트 '돌풍'의 주역은 스트라이커 세루 기라시. 리그 최종전에서 멀티 골을 기록하며 팀의 4-0 승리를 이끈 기라시는 리그에서 총 28경기에 나서서 28골을 기록, 경기당 1골을 기록하는 괴력을 뽐냈다.
해리 케인에 못지 않은 득점력을 뽐낸 기라시. 그가 꼽은 가장 어려웠던 상대는 김민재다. 보도에 따르면 기라시는 "지난 시즌 나에게 가장 큰 문제를 일으켰던 수비수? 김민재다. 우리(슈투트가르트)가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했을 때 그는 매우 강력한 수비수였다"라며 김민재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직접 몸을 부딪혀본 기라시의 평가기에 신뢰할 수 있는 평가다. 여기에 더불어 21일 독일 매체 'TZ'는 김민재의 프리시즌 훈련을 유심히 지켜본 뒤 기대를 드러냈다.
TZ는 "뱅상 콤파니 바이에른 뮌헨 감독의 훈련 속에서 '바이에른 문제아'에게 아직 희망이 있음을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해당 매체는 이 기사 제목에서 'Sorgenkind'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한국말로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는 자식', '아픈 손가락'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 이 기사에서 Sorgenkind는 김민재를 뜻한다.
매체는 "뮌헨은 새 감독으로 콤파니를 임명했고 새 시즌 준비에 나섰다. 그리고 한 선수가 특별히 관찰되고 있다"라고 알렸다.
이어 "현재 뮌헨 선수들은 새로 온 감독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중앙 수비수 김민재는 더 그렇다. 지난 여름 뮌헨은 흔들리는 수비를 안정시키기 위해 '괴물' 김민재를 영입했다. 그러나 그는 시즌 초반에만 좋은 모습을 보였을 뿐, 후반기엔 선발 자리를 잃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콤파니 감독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TZ는 "콤파니의 지도 아래 김민재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자 한다. 그리고 콤파니 감독이 훈련에서 김민재는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TZ는 "그렇다고 이러한 훈련 모습이 김민재의 경쟁 상황을 마냥 좋게 만들진 못한다. 뮌헨은 이토 히로키라는 일본인 수비수를 새로 영입했다. 더 리흐트가 떠나더라도 김민재에겐 경쟁해야 하는 3명의 수비수가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뒤이어 TZ는 다른 기사를 통해 "김민재의 주목할만한 점은 헤어 스타일 변화"라며 짧게 짜르고 나타난 머리를 통해서 김민재가 이번 시즌 어떤 각오를 하는지 보여준다. 훈련장에서도 반듯한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라고 주목해야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매체는 "콤파니 감독도 김민재에게 만족하고 있다. 그는 훈련장서 김민재의 공격적인 경합에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콤파니 감독 뿐만 아니라 스카우팅 팀도 김민재에게 합격점을 주고 있다"라면서 "말 그대로 배고픈 수비 괴물이 돌아왔다"라고 강조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