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후반기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타선의 결정력이 아쉬운데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6)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한화는 지난 13일 대전 LG전부터 20일 대전 KIA전까지 최근 6연패 수렁에 빠져있다. 후반기 시작 후 10경기에서 2승8패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내며 시즌 전체 성적은 38승52패2무(승률 .422)에 그치고 있다. 승패 마진이 -14까지 떨어지면서 10위 키움(37승53패 승률 .411)에 1경기 차이로 쫓기는 처지다.
후반기 첫 주에만 7회 이후 역전패 3번으로 잡을 수 있는 경기들을 놓친 뒤 기세가 팍 꺾였다.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 4위(4.80)로 마운드가 그런대로 버티고 있지만 타선의 불발탄이 아쉽다. 팀 타율 6위(.273), OPS 7위(.738)로 평균을 밑도는 가운데 경기당 평균 득점은 3.8점으로 9위에 머물러 있다. 후반기 득점권 타율 10위(.213)로 찬스에 약하다.
중심타선에서 시원하게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데 페라자의 타격 페이스 저하가 눈에 띈다. 후반기 10경기 타율 2할3푼1리(39타수 9안타) 1홈런 3타점 OPS .687로 부진하다. 후반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6월 이후 페라자의 성적은 21경기 타율 2할4푼1리(79타수 19안타) 2홈런 11타점 OPS .698로 외국인 타자로는 평균 이하 성적이다.
5월까지 페라자는 괴물 외국인 타자였다. 54경기 타율 3할2푼4리(210타수 68안타) 15홈런 42타점 OPS 1.021로 맹타를 휘두르며 한화 타선의 복덩이로 떠올랐다. OPS·장타율(.614) 1위, 홈런 2위에 오르며 리그 최고의 타격 생산력을 뽐냈는데 6월 이후로는 평범한 타자가 되어버렸다.
지난 5월31일 대구 삼성전 전후로 페라자가 완전히 바뀌었다. 당시 6회 삼성 양우현의 뜬공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펜스와 크게 부딪쳐 쓰러진 페라자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검진 결과 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아 한시름 놓았지만 충돌 후유증이 남아 5경기 연속 결장하더니 2경기만 뛰고 결국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2주 동안 회복기를 거쳐 1군에 돌아왔지만 5월까지 보여줬던 모습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전반기를 마친 뒤 페라자는 “몸 상태는 거의 100% 가깝게 회복됐지만 시즌 초반 좋았을 때처럼 몸을 최대한 활용한 스윙으로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빨리 좋았을 때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조금은 답답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후반기가 시작된 뒤 2주가 흘러서도 자신이 원하는 스윙과 타이밍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5월까지는 강력한 몸통 회전으로 번개 같은 배트 스피드를 자랑하며 매서운 타구를 뽐냈지만 요즘은 많이 무뎌졌다. 시즌이 후반으로 향하면서 상대팀에서도 페라자에 대한 분석이 거의 이뤄졌다. 페라자가 좋아하는 몸쪽 직구는 쉽게 안 준다. 변화구는 몸쪽 낮게 떨어뜨리고, 직구는 바깥쪽으로 멀리 유인하는 식이다.
지난 20일 대전 KIA전에도 페라자는 볼넷 1개를 골라냈지만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시즌 전체 성적은 75경기 타율 3할1리(289타수 87안타) 17홈런 53타점 OPS .934. 여전히 수준급 기록이고, 타자라면 오르내림세를 반복하기 마련이지만 6월부터 쭉 이어지는 하락세를 이제는 가볍게만 볼 수 없다.
타선이 약한 한화 팀 사정상 외국인 타자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노시환이 어깨 부상을 털고 지난 18일부터 합류했지만 시즌 전체로 보면 지난해 홈런왕의 모습은 아니다. 채은성은 데뷔 후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고, 안치홍도 올해는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결정력이 아쉽다. 팀 내 최고 타율(.308) 타자가 된 김태연이 급성장하며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뎁스가 얕은 한화는 안타깝게도 남은 시즌 크게 기대할 만한 추가 전력이 없다시피하다.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도 사실상 2장을 다 소모했고, 타선은 지금 있는 선수들로만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6연패 속에 다시 10위 추락 위기에 놓인 한화로선 페라자의 반등이 절실하다. 이대로라면 키움에 따라잡힐 수도 있다. 9위도 안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