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3년차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32)는 시즌 초반 입지가 불안불안했다. 4월까지 31경기 타율 2할7푼(126타수 34안타) 5홈런 18타점 OPS .765로 기록상으로는 크게 나쁘지 않았지마 다른 팀 외국인 타자들에 비해 위압감이 떨어졌다.
앞서 2년간 그랬던 것처럼 날이 풀리는 5월부터 타격감이 올라올 줄 알았는데 올해는 좀처럼 시동을 걸지 못했다. 5월까지 7회 이후 2점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 타율 2할1푼9리로 결정력이 떨어졌다. 5월이 된 뒤에도 이렇다 할 반등을 이루지 못했고, 지난달 초 심재학 단장이 미국으로 출장을 떠나면서 교체설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범호 KIA 감독은 소크라테스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고, 6월 중순부터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 6월 24경기 타율 3할2푼9리(85타수 28안타) 5홈런 18타점 OPS 1.017로 마침내 침묵을 깼다. 여세를 몰아 7월 들어 12경기 타율 3할8푼9리(54타수 21안타) 4홈런 14타점 OPS 1.154 맹타로 KIA 타선을 이끌며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소크라테스는 1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 시즌 19~20호 멀티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1도루로 올 시즌 최고 활약을 펼치며 KIA의 7-3 승리와 4연승을 이끌었다.
1회초 시작부터 한화 선발투수 문동주와 풀카운트 승부에서 6구째 바깥쪽 높게 들어온 시속 156km 직구를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0m, 시즌 19호 홈런. 1회초 선두타자 홈런은 소크라테스 개인 첫 기록이었다.
5회초에도 문동주의 4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중간 안타를 친 소크라테스는 7회초 한화 좌완 황준서의 몸쪽 포크볼을 받아쳐 우익수 키 넘어가는 2루타로 장식했다. 이어 김도영의 우전 적시타에 홈을 밟으며 5-1로 달아나는 득점을 올렸다.
5-3으로 쫓긴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선 쐐기 홈런까지 쏘아 올렸다. 한화 좌완 조동욱의 6구째 가운데 높게 들어온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25m, 시즌 20호 홈런. 지난해 20개에 이어 2년 연속 20홈런을 돌파한 순간이었다.
이날까지 소크라테스의 올 시즌 전체 성적은 92경기 타율 3할4리(362타수 110안타) 20홈런 69타점 64득점 출루율 .363 장타율 .528 OPS .891로 올랐다. 3할 타율을 돌파하면서 20홈런도 넘겼다. 지금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31홈런 108타점까지 가능하다.
지난 9일 잠실 LG전부터 최근 9경기 중 7경기를 1번 리드오프로 나서며 KIA 강타선의 선봉장으로 떠오른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1번 타순에서 타율 3할6푼4리(33타수 12안타) 3홈런 9타점 OPS 1.190으로 생산력을 뽐내며 ‘공포의 1번타자’로 KIA 타선의 화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리드오프로 나선 7경기에서 KIA는 총 59득점으로 평균 8.4점을 몰아치며 6승1패를 거뒀다.
소크라테스는 1번 타순에 대해 “경기를 시작할 때만 첫 번째 타자일 뿐이다.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서는 것 말곤 다른 타순과 똑같다. 존에 들어오는 좋은 공을 정확하게 치려 하고 있고, 존에 들어오지 않는 공에는 스윙을 안 하려고 한다”며 기본을 강조한 뒤 “시즌 초반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수비와 주루부터 더 좋은 플레이를 하기 위해 집중했다. 좋은 기세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기다리고 기다린 소크라테스가 마침내 폭발하면서 KIA는 7월 12경기 10승2패로 최고 승률(.833)을 질주 중이다. 가뜩이나 무서운 KIA 타선인데 소크라테스까지 살아나며 피해갈 수 있는 타자가 없다. 7월 팀 타율(.325), OPS(.919) 모두 압도적인 1위로 무시무시한 화력을 뽐내며 1위 독주 채비를 갖췄다. 2위 LG도 4연승을 달리고 있지만 KIA와의 격차는 6경기에서 좁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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