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울버햄튼 원더러스와 너무 다르다. 토트넘 홋스퍼가 '주장' 손흥민(32)의 인종차별 피해 문제를 아주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
토트넘은 18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타인캐슬 파크에서 열린 하츠와의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5-1로 이겼다. 지난 14일 케임브리지 유나이티드를 7-2로 대파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승전고를 울렸다.
손흥민은 케임브리지전에선 2골을 넣었지만 이날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다. 골키퍼 선방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브레넌 존슨, 마노르 솔로몬과 함께 공격 라인을 꾸려 선발 출격한 손흥민은 전반 26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이했다.
중원 자원 매디슨과 데얀 쿨루셉스키가 짧은 패스로 상대 수비를 허문뒤 손흥민에게 공을 패스했다.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잡은 손흥민은 회심의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선방에 막혔다.
토트넘은 전반전 후 11명의 선수를 모두 교체했다. 함께 교체된 손흥민은 후반전은 뛰지 않았다. 손흥민의 득점은 터지지 않았지만 토트넘은 하츠를 5-1로 꺾었다.
한편 경기가 끝나고 나서 토트넘의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프리 시즌에 있던 로드리구 벤탄쿠르의 인종 차별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벤탄쿠르는 지난달 손흥민 인종차별 사건으로 큰 논란을 빚었다. 그는 공영방송에서 아시아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뱉으며 숱한 비판을 받았고, 끝까지 사과문에서조차 변명하는 모습으로 지적받았다. 손흥민은 용서했으나 한국 팬들의 분노는 여전한 상황.
벤탄쿠르는 여기에 대표팀에서 폭력 행위까지 저지르며 징계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4강전서 콜롬비아 관중 상대로 물병을 던지면서 CONMEBOL도 곧바로 폭력 사태를 비판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풋볼 런던은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논란까지 언급하며 그가 출전정지 징계 위기에 처했다고 한숨을 내쉰 상항.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코파 준결승전에 대해서는 이야기한 것이 없다. 그리고 인종 차별건에서는 가장 중요한 사람은 손흥민이라 그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벤탄쿠르의 인종 차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처리 중이다. 그래도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면서 "가볍게 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손흥민과 이야기해서 신중하게 처리하겠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구단 자체가 징계를 선택하기 보다는 손흥민의 결정에 떠넘기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첼시는 토트넘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지난 15일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2024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7분 터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선제 결승골을 앞세워 콜롬비아를 1-0으로 꺾었다.
이 승리로 아르헨티나는 코파 아메리카 2021,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동시에 코파 아메리카 최다(16회) 우승국으로 올라섰다.
문제가 있었다. 엔소 페르난데스(23, 첼시)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팀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는데, 해당 노래 가사에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 이 영상은 순식간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이 노래는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꺾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당시 팬들이 불러 논란이 됐다. "엄마는 나이지리아, 아빠는 카메룬 사람", "음바페는 트렌스젠더와 하는 걸 좋아해"라는 내용으로, 아프리카계 출신으로 구성된 프랑스 선수단을 조롱하는 가사가 주를 이룬다.
당장 엔소의 첼시 동료들이 먼저 반응했다. 현제 첼시 구단에는 1군만 악셀 디사시, 브누아 바디아실, 레슬리 우고추쿠, 크리스토퍼 은쿤쿠, 말로 귀스토, 웨슬리 포파나 6명의 프랑스 국적 선수가 있다.
아버지가 코트디부아르인인 포파나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논란이 된 영상을 공유했다. 그는 "2024년의 축구. 거리낌이 없는 인종차별"이라고 쓰며 불쾌함을 표했다. 디다시와 귀스토는 엔소와 소셜 미디어 팔로우를 끊었다.
첼시 구단은 성명을 통해 페르난데스에 대해 "차별적인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자체 징계 조치에 착수했다. 프랑스축구협회(FFF)는 필립 디알로 회장이 나서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국제축구연맹(FIFA)에 직접 이의를 제기하고 법적 제소에 나설 것을 결정한 상태다.
인종차별 사건은 또 있었다. 손흥민과 대표팀에서 함께 공격을 이끄는 황희찬이 피해자다. 앞서 15일 황희찬은 세리에A 승격팀인 코모와 친선 경기를 치르던 도중 상대팀 선수로부터 인종차별 발언을 들었다. 이를 함께 들은 울버햄튼 동료 다니엘 포덴세가 황희찬 대신 상대 선수에게 주먹을 휘둘러 퇴장당했다.
경기 후 게리 오닐 울버햄튼 감독은 "자신을 향한 공격적인 일이 있었음에도 계속 뛰길 바랐다"라며 일단 경기에 집중하길 원했던 황희찬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황희찬을 향한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인터뷰와 정반대의 스탠스다.
코모도 성명문을 통해 "우리 구단은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는다.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한다"라며 인종차별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해당 경기 후 황희찬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인종차별은 스포츠와 삶의 모든 측면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사건 발생 후 코치진과 팀 동료들은 필요하다면 나와 경기장을 즉시 함께 떠나겠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내 상태를 확인했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토트넘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태도와 상반된다. 울버햄튼은 감독이 직접 해당 사건을 이야기했고 토트넘과 마찬가지로 팀 내 동료들 사이에 문제가 발생한 첼시는 '잘못된 건 잘못된 것'이라는 태도로 선수를 무조건적으로 감싸기보다 징계를 검토하며 행동에 나섰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