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곽빈이 하루 만에 신문물인 피치컴 적응을 완료했다. 피치컴에 빠르게 적응하고 완벽투를 펼친 뒤 예찬론을 펼쳤다.
곽빈은 18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12구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2실점 역투로 팀의 3-2 신승을 이끌었다. 투수전 양상으로 흐른 경기에서 곽빈은 에이스 본능을 과시했다.
이날 1회초 양석환이 선제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앞서갔다. 그런데 곽빈도 1회말 전준우에게 투런포를 얻어 맞으면서 접전이 됐다. 3-2의 1점 차 상황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후 곽빈은 각성했다. 1회 피홈런 이후 7회까지 볼넷 2개만 허용했고 나머지 타자들은 확실하게 범타로 돌려세웠다. 6회까지 96개의 공을 던졌지만 앞선 경기들에서 불펜진을 소모한 상황. 곽빈은 7회를 책임지기 위해 올라왔고 개의치 않고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최고 152km의 포심 패스트볼 36개, 슬라이더 33개, 체인지업 25개, 커브 18개를 구사하면서 롯데 타선을 잠재웠다.
아울러 이날 곽빈은 포수 김기연과 함께 사인 교환 기기인 피치컴을 활용했다. 전날(17일) 캐치볼 루틴 과정에서 처음으로 피치컴을 활용해봤고 하루 만에 적응을 완료해 성공적으로 활용했다. 피치컴으로 사인을 교환하는 시간이 단축됐고 속전속결로 이닝을 풀어갈 수 있었다.
경기 후 곽빈은 피치컴 첫 활용 소감에 대해 “좋았다. 저는 템포를 빠르게 하려고 하는 투수인데 포수와 사인을 보기 전에 먼저 구종을 아니까 템포가 너무 빨라진다. 제가 더 유리하다”라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타자와 승부하는 느낌이다. 타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안 주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라고 피치컴 예찬론을 펼쳤다.
오히려 그는 “너무 빠르게 흘러가면 템포를 알아서 조절을 해야할 것 같다”라고 웃었다. 그래도 피치컴 활용도를 극대화 하기 위해 투수용 송신기도 착용하고 시험해 볼 생각이다. 그는 “이제 투수용 송신기도 달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제가 던지고 싶은 게 있으면 먼저 신호를 보내고 미리 사인을 받아놓는 방법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만약 사인이 맞지 않을 경우에 곽빈은 가만히 있거나 고개를 흔들었다고.
아울러 관중 함성과 피치컴 수신기 소리에 대한 부분도 언급했다. 그는 “1회에는 응원소리랑 너무 겹쳐서 아무 것도 들리지 않더라. 그래서 볼륨을 올리니까 괜찮아졌다. 볼륨이 커진다고 해서 신경이 거슬리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곽빈과 호흡을 맞춘 포수 김기연은 “피치컴 사용은 불편하지 않았다. 사인 교환하는 시간도 확실히 줄고, 전반적인 경기 템포도 빨라진 느낌이다. 피치클락이 도입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라면서 “사인을 수정할 때도 직관적으로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딱히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생각보다 버튼을 강하게 누르고 있어야 작동이 된다. 사용감에 있어서는 불편함이 없었다. 실제로 피치클락이 도입됐을 때, 사인을 두세번씩 주고 받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밝혔다.
곽빈은 2일 삼성전 3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2탈삼진 6실점(5자책점)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에이스 역할을 못 했다. 그는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못 던질 때 매몰되지 않고 왜 못던졌지 하는 생각을 그날 끝내야 했는데 이틀 사흘을 계속 가니까 혼자 스트레스 받았다. ‘너 혼자 힘들어 하면 뭐하냐’라고 코치님께서 하셔서 그래서 오늘은 즐겼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7회를 책임진 것에 대해 그는 “5회 못 던진 게 2겨익 정도 됐는데 또 주자를 남겨두고 내려가니까 다음 투수들한테 미안했다. 그래서 책임감을 갖고 던지려고 했다”라면서 “오늘은 그냥 많이 던질 생각을 하고 경기에 임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