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 봤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에이스 양현종을 5회 2사후에 교체한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감독으로 팀 승리를 위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향후 비슷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7년만에 찾아온 통산 12번째 우승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강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양현종은 지난 1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5회 2사후 교체됐다. 9-5로 앞선 가운데 아웃카운트 1개를 추가하면 승리요건을 채울 수 있었으나 1,2루 위기 상황에서 이감독의 지시대로 그대로 강판을 했다.
당시 삼성 다음타자는 앞선 타석에서 2타점 2루타를 터트린 김영웅이었다. 이 감독은 좌완 김대유를 올려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막았고 결국 불펜진을 동원해 추가실점 없이 10-5로 승리했다. 중요했던 2위 삼성과의 경기를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 선수들의 경기력으로 드러났다.
양현종의 위치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통산 174승을 따내며 대투수라는 칭호를 얻었다. 10년 연속 170이닝을 도전하는 리빙레전드이다. 올해도 꾸준히 이닝소화력을 보이며 마운드를 이끌었다. 웬만하면 승리요건을 보장받는데 올해 처음으로 5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게 됐다.
개인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팀의 승리를 더욱 크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사령탑의 마음이 담긴 강판이라는 점은 모두들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알았던 이 감독은 경기도중 양현종에게 다가가 백허그를 하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그 장면이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혀 큰 화제가 되었다.
이 감독은 18일 삼성과의 주중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경기만 봤다. (강)민호와 (이)성규를 잘 막았다면 6회에도 올렸을 것이다. 삼성과 붙으면 김영웅과 김헌곤에 맞아서 진 경기가 머리속에 많이 남았다. 가장 중요한 키플레이어를 내리기가 어려웠지만 맞으면 오늘까지도 후유증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유를 준비시키고 (김영웅에게)걸린다면 바꾸겠다고 생각했다. 경기를 끝나고 현종이와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중요한 상황이라 이해한다고 했다. 감독으로 확실한 판단을 했어야 했다. 그래야 선수들의 피로도도 최소화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양현종의 백허그를 했던 점에 대해서도 "현종이가 들어갔는지 봤는데 들어오는 후배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한번반 가자'고 말했다. 열심히 던지는 투수를 빼기는 어려운 일이다. 한 두 점 더 따라오면 삼성도 좋은 투수 올렸을 것이다. 대신 선수에게는 잘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팀이 나가는 방향이 좋게 될 것이다"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