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전통의 ‘투수 왕국’ LA 다저스 처지가 말이 아니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이탈한 투수만 무려 12명으로 마운드가 붕괴 직전 위기에 몰렸다. 이런 가운데 1980년생 FA 투수 리치 힐(44)이 다저스와 재결합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 눈길을 끈다.
전반기를 마친 시점에서 다저스는 40인 로스터에 무려 12명의 투수가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다. 클레이튼 커쇼를 비롯해 더스틴 메이, 토니 곤솔린, 에밋 쉬헨, 브루스더 그라테롤이 시즌 전부터 60일 부상자 명단에 올라 올해 단 하나의 공도 던지지 못했다.
시즌 개막 후에도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선발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노우, 워커 뷸러, 구원투수 조 켈리, 마이클 그로브, 라이언 브레이저, 코너 브록던 등이 현재 부상에 명단에 있다. 이 중 야마모토, 켈리, 브레이저, 브록던은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으로 장기 이탈 중이다.
핵심 선발투수들의 부상 이탈이 뼈아프다. 12년 3억2500만 달러로 투수 역대 최고액에 영입한 야마모토가 지난달 중순 어깨 회전근개 손상으로 빠졌고, ‘유리몸’ 글래스노우도 지난주 허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을 피하지 못했다. 팔꿈치 토미 존 수술 및 재활을 거쳐 돌아온 워커 뷸러도 지난달 중순 고관절 염증을 이유로 이탈했다.
어깨 염증으로 4~6월 두 달 넘게 이탈했던 바비 밀러도 복귀 후 4경기 만에 부진으로 트리플A에 내려갔다. 개빈 스톤, 제임스 팩스턴만 남은 로테이션에서 다저스는 임시 선발을 쓰며 근근이 버텼지만 전반기 마지막 11경기에서 3승8패로 미끄러졌다.
올스타 휴식기로 급한 불을 끈 다저스는 후반기 커쇼의 복귀가 임박했다. 글래스노우 부상도 크지 않지만 선발진에 변수가 끊이지 않으면서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시장에서 선발투수를 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FA 투수 리치 힐이 다저스와 재결합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LA 지역 라디오 ‘AM570 LA 스포츠’를 통해 “다시 다저스와 함께한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다. 난 분명 이 도시를 사랑하고, 다저블루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야구를 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고 말했다.
힐은 지난 2005년 시카고 컵스에서 데뷔한 뒤 볼티모어 오리올스, 보스턴 레드삭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LA 에인절스, 뉴욕 양키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다저스, 미네소타 트윈스, 탬파베이 레이스, 뉴욕 메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무려 13개 구단을 오가며 지난해까지 19년을 메이저리그에서 던졌다.
통산 성적은 382경기(248선발·1405⅓이닝) 90승73패24홀드 평균자책점 4.01 탈삼진 1423개. 30대 중반이었던 2016년부터 선발로 자리잡아 뒤늦게 전성기를 보냈다. 그해 8월부터 2019년까지 다저스에서 4년간 69경기(68선발·361⅓이닝) 30승16패 평균자책점 3.16 탈삼진 427개로 활약했다. 2017년 12승, 2018년 11승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류현진과 함께 다저스 주축 선발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도 피츠버그, 샌디에이고를 오가며 32경기(27선발·146⅓이닝) 8승14패 평균자책점 5.41 탈삼진 129개를 기록했다. 시즌 후 FA가 되면서 3개 팀으로부터 오퍼를 받았지만 12살 된 아들 브라이스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거절했다.
하지만 은퇴를 선언하진 않았다. 아들의 리틀야구팀 코치를 맡으며 후반기를 준비하기로 했다. 당시 힐은 “지금 내 몸 상태로는 풀시즌보다 하프시즌이 훨씬 더 맞다. 지난해 시즌 4분의 3분은 좋았는데 나머지 4분의 1은 재앙이었다. 계속 운동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투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어느덧 정규시즌 전반기가 끝났고, 힐은 후반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준비가 됐다. 아직 구체적인 소식이 없지만 경험이 풍부한 좌완 투수인 만큼 충분히 수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힐은 “매일 클럽하우스에 들어갈 때마다 우승 기대감이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늘 우승에 도전하는 다저스로 돌아가는 게 힐에게 최상의 시나리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