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는 ‘S 킬러’의 기세를 이어 가려 한다. 반면 스페인은 ‘연승 바람’의 맹위를 다시 떨치려 한다.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펼쳐질 마지막 대회전의 승자는 누구일까?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 2024의 패권을 다툴 잉글랜드와 스페인의 각축전은 마력(魔力)의 한판으로 전 세계 축구팬들의 구미를 잔뜩 돋우리라 보인다. 양강을 대변하는 두 키워드인 ‘S 킬러’와 ‘연승 바람’이 몰아온 기대감 때문이다.
독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번 대회에서, 잉글랜드와 스페인은 준결승전까지 6경기를 치르며 독특한 특징을 나타냈다. 어폐가 있긴 해도, 잉글랜드는 좋은 의미의 징크스에 힘입어 난관을 헤쳐 왔다. 이에 비해, 스페인은 한 번 일으킨 강풍의 힘을 내세워 승승장구의 상승세를 떨쳤다.
마지막 쟁패의 결전만을 남긴 양웅이 결승 가도까지 다다르며 그린 모양새는 딴판이라 할 만하다. 유로 2024 본선에 오른 24개국 가운데, 스페인은 유일하게 연승의 길을 내달려 왔다. 대를 쪼개듯 6연승의 용솟음치는 기세를 뽐냈다. 반면 잉글랜드는 비교적 어려운 걸음걸음이었다. 그래도 은연중 상대에게 심어진 S 킬러의 이미지가 주효했는지 꺾일 듯 꺾일 듯하면서도 끝내 마지막 한판의 전장에 나타날 수 있었다.
두문자 S인 나라엔 지지 않는 잉글랜드 Vs 최초 7연승 우승 야망 부풀리는 스페인
유로 2024는 역사의 장에 묘한 하나의 기록을 남긴 무대로 기록된다. 한 팀이 다섯 번씩이나 같은 두문자로 시작하는 팀과 격돌한 최초의 대회로 각인된다. 64년 유로 역사의 한쪽을 장식하며 이름을 아로새긴 주인공은 잉글랜드다.
UEFA 유로는 2016 프랑스 대회부터 본선 진출국이 종전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한 팀이 우승하려면 모두 7경기를 치러야 한다. 물론, 준우승한 팀도 7경기를 치른다. 그런데 잉글랜드는 이 가운데 5경기를 두문자가 S인 나라와 승패를 다퉜다. 1960년 발원해 오련 연륜을 쌓아 온 전통의 유로에서, 아직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극히 ‘이색적’ 기록이다.
2024 유로에서, 잉글랜드가 맞붙은 이니셜 S인 나라는 세르비아(6월 16일·이하 현지 일자)를 시작으로 슬로베니아(6월 25일)→ 슬로바키아(6월 30일)→ 스위스(7월 6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승의 향방을 가를 스페인(7월 14일)이 S로 시작하는 최종 국가다. 세르비아와 슬로베니아와 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승부를 벌였고, 슬로바키아(16강전)와 스위스(8강전)와는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승패를 겨뤘다.
아직 뚜껑을 열지 않은 스페인전을 빼고 이들과 벌인 승부의 결과는 2승 2무였다. 세르비아를 1-0으로 꺾었고, 슬로바키아를 연장 격전 끝에 2-1로 물리쳤다. 또, 슬로베이나와는 득점 없이 비겼고(0-0), 스위스와는 1-1로 승패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 끝에(5-3) 4강행 티켓을 따냈다(표 참조).
스페인은 대조적 행보를 보였다. 6전 6승의 신바람을 내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룹 스테이지 첫판에서 만난 크로아티아(6월 15일)를 3-0으로 완파하며 탄 기세를 그대로 이어 간 연승 바람이었다. 그 바람은 녹아웃 스테이지에 접어들며 더욱 거세졌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킨 돌풍의 팀인 조지아(6월 30일)를 4-1로 대파한 16강전은 바람의 강도를 더욱 드세게 했다. 이어 8강 독일전(7월 5일)과 4강 프랑스전(7월 9일)에서도, 전혀 수그러지지 않는 어깻바람을 내며 잇달아 개가(2-1)를 올렸다. 독일과 프랑스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기에, 스페인의 휘몰아 온 연승 바람의 강도가 얼마나 센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스페인도 유로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 가능성이 있다.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승부차기가 아닌 골로 제압할 경우, 7연승으로 앙리 들로네 트로피를 들어 올린 최초의 국가라는 영예스러운 기록을 남긴다. 2016 유로에서, 포르투갈은 그룹 스테이지 F 3위(3무)에 그쳐 와일드 카드로 간신히 녹아웃 스테이지에 오른 뒤 정상에 올랐다. 4년 뒤 11개국에서 분산 개최된 2020 유로에선, 이탈리아가 5승 2무(두 차례 승부차기 승)의 전과를 거두고 패권을 안았다.
우승 관록에서도, 스페인과 잉글랜드는 천양지차다. 스페인은 최다(4회) 우승에 도전한다. 현 기록(3회)을 함께 지닌 독일을 제치고 홀로 맨 윗자리에 오르려는 야망을 불태운다. 유로 역사상 2연패를 이룬 나라도 스페인(2008~2012)이 유일하다. 반면, 잉글랜드는 첫 우승의 열정을 불사른다. 2020 유로 정상을 눈앞에 두고 이탈리아에 승부차기로 패권(2-3)을 내준 쓰라린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투혼으로 넘쳐난다.
유로 통산 성적에서도, 스페인이 잉글랜드를 압도한다. 스페인은 독일(74점·30승 14무 14패)에 이어 2위(69점·27승 15무 10패)에 올라 있다. 이번 대회 연승 행진에 힘입어 이탈리아(63점·22승 19무 8패)를 제치고 서로 자리바꿈했다. 이에 비해, 잉글랜드는 7위(52점·18승 16무 10패)다. 본선 출전 횟수에서도, 스페인이 잉글랜드에 12-11로 앞선다.
잉글랜드는 불굴의 투지를 내세운다. 최근 유로 마당에서, 잉글랜드는 ‘역전의 팀’으로 불린다. 2020 유로 준결승전에서, 잉글랜드는 덴마크에 2-1로 역전승했다. 해리 케인이 연장 전반 14분 결승골을 터뜨려 더욱 극적 효과를 자아냈다. 2024 유로 준결승전에서도, 잉글랜드는 네덜란드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45분 올리 왓킨스가 ‘극장골’로 한판승을 매조졌다. 이에 앞서 16강 슬로바키아전에서, 잉글랜드는 후반 추가 시간 5분 주드 벨링엄의 동점골(1-1)과 연장 전반 1분 케인의 역전 결승골을 엮어 승부를 뒤집었다. 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와 함께 최다(2회) 역전승을 올린 점을 보더라도 잉글랜드의 무서운 뒷심이 읽힌다.
오늘(14일) 밤, 우리나라 시각으로 15일 새벽 4시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에서 킥오프되는 유로 2024 결승전은 이래저래 흥미가 쏠리는 요소로 가득하다. 전 세계 축구팬의 이목이 집중된 결승 대회전에서, 과연 누가 마지막 한 점을 찍으며 포효할까?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