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160km 파이어볼러’ 문동주(21)의 부활투에는 신인 내야수 황영묵(24)의 기막힌 호수비 퍼레이드가 있었다. 김경문 감독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문동주는 지난 12일 대전 LG전에 선발등판, 7이닝 8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한화의 6-0 완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에만 두 번이나 2군에 다녀오는 부침을 겪은 문동주이지만 이날 16일 만의 1군 복귀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운이 크게 따른 경기였다. 1회부터 4회까지 4이닝 연속 포함 LG 타선이 병살타 3개에 직선타에 의한 더블 플레이 2개까지 무려 5개의 병살로 자멸한 게 컸다. 잘 맞은 타구들도 한화 야수들 정면으로 가면서 문동주의 호투로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2루수 황영묵의 호수비가 빛났다. 1~2회 유격수 이도윤과 함께 병살타를 엮어낸 황영묵은 3회 1사 1,3루에서 문성주의 직선타에 왼팔을 쭉 뻗어 낚아챘다. 풀카운트에서 자동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 홍창기도 직접 태그 아웃시키며 1인 더블 플레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4회에는 2사 1루에서 신민재의 좌월 2루타 때 중계 플레이에서 커트맨으로 나섰다. 좌익수~유격수~포수로 이어지는 릴레이 과정을 끊고 3루 오버런한 오지환을 태그 아웃시키며 이닝을 끝냈다. 5회에는 안익훈의 우측 빠지는 타구에 몸을 날려 잡은 뒤 빠르게 일어서 송구까지 연결하며 김경문 감독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김경문 감독은 13일 LG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황영묵의 호수비에 대해 “내가 칭찬을 안 해도 다 보셨다. 날아다녔다. (문)동주가 맛있는 거 사줬겠지”라며 껄껄 웃은 뒤 “나도 깜짝 놀랐다. 이쪽저쪽 뛰었다 날아서 잡더라”며 감탄했다.
하지만 무려 병살 5개가 나온 것은 문동주의 공에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60km, 평균 156km 직구(59개) 위주로 힘 있게 승부하면서 커브(28개), 슬라이더(13개), 체인지업(1개)을 섞어 던졌다. 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도 이전보다 줄었다. 시즌 내내 투구 밸런스 난조 속에 멘탈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은 문동주이기에 모처럼 따낸 승리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 5월28일 대전 롯데전 이후 45일 만에 거둔 승리로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첫 승이었다는 점도 나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은 “동주가 한 번 잘 던질 타이밍이었다. 야수들의 좋은 수비도 나왔고, (하늘에서) 많이 도와준 느낌이 들었다. 어제처럼 병살이 많이 나오는 건 자주 못 봤다”며 어느 정도 운이 따른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이전과 달리 좋은 공이 많이 나왔다. 본인이 자신감을 찾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6회까지 투구수 89개로 교체도 고민했지만 7회까지 101개의 공으로 잘 마무리지은 것도 고무적이다. 김 감독은 “6회 끝나고 교체를 고민하긴 했다. 본인 의사를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해서 7회까지 갔다”며 “한 경기 이긴 것이다. 어느 스포츠든 꾸준히 잘해야 한다. 동주도 그런 무게감 있는 투수가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한화는 이날 LG 좌완 선발 손주영을 맞아 이원석(중견수) 황영묵(2루수) 요나단 페라자(좌익수) 안치홍(지명타자) 채은성(1루수) 김태연(우익수) 이재원(포수) 문현빈(3루수) 이도윤(유격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내세웠다. 선발투수는 좌완 김기중.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노시환의 3루 자리에 문현빈이 2경기 연속 선발로 들어갔다. 좌완 손주영을 상대로 우타자 이원석이 리드오프에 배치됐다. 이재원도 2경기 연속 선발 마스크를 쓴다.
이날 선발투수 김기중에 대해 김 감독은 “신인급 선수가 선발로 승을 따기도 하고, 전반기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4승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선발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젊은 선수들은 오르내림이 크지만 (김기중은) 차분하게 마운드에서 무게감이 있다. 신장도 크고, 차분하게 경기를 이끌어나가는 스타일이라 오늘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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