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이 오랫동안 함께했던 해리 케인(31, 바이에른 뮌헨)의 무관 탈출을 기원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모두가 기대감에 차 있다. 오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4시 독일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결승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한 달간의 대장정에 방점을 찍을 마지막 경기다.
상대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올라온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토너먼트에서 조지아, 독일, 프랑스를 차례로 물리치고 결승까지 진출했다. 3경기 연속 실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짜임새 있는 조직력과 공격력을 앞세워 '우승 후보'들을 연달아 떨어뜨렸다.
반대로 잉글랜드는 대회 내내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판받아 왔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향해 맥주컵이 날아들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법.
잉글랜드는 정말 어떻게든 살아남아 결승 무대까지 밟았다. 16강 슬로바키아전에선 종료 직전 주드 벨링엄의 극장 동점골로 기사회생했고, 8강에선 승부차기 끝에 스위스를 제압했다. 4강에서도 추가시간 역전골로 네덜란드를 잡아냈다. 선제 실점 후 엄청난 뒷심으로 뒤집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잉글랜드다.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오른 잉글랜드는 이제 사상 첫 우승을 꿈꾼다. 만약 스페인을 꺾고 정상에 오른다면 1966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게 된다.
토트넘은 12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축구가 집으로 돌아올까? 선수들에게 물어보자"라며 프리시즌 훈련을 위해 출근하는 선수들에게 잉글랜드와 스페인 중 누가 우승할 것 같은지 물었다. 축구종가로서 자존심이 듬뿍 담긴 '축구가 집으로 돌아온다'라는 문구였다.
가장 먼저 등장한 얼굴은 주장 손흥민. 그는 "어려운 질문이다"라며 잠시 고민했다. 그런 뒤 "스페인은 이번 토너먼트에서 정말 엄청났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우승을 기원한다. 케인이 우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잉글랜드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케인은 모두가 인정하는 월드클래스 공격수지만,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도 우승 경험이 없다. 프리미어리그(PL) 2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 잉글랜드 리그컵 준우승, 유로 준우승 등 2위 기록만 가득하다.
심지어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고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케인은 공식전 44골 12도움을 터트리며 유러피언 골든슈·분데스리가 득점왕·UCL 득점왕을 거머쥐었지만, 무관 저주를 깨기엔 부족했다.
한편 손흥민과 케인은 2022-2023시즌까지 토트넘에서 '손케 듀오'로 호흡을 맞췄다. 둘은 8년간 함께하며 유럽에서 가장 위협적인 듀오로 군림했다. 손흥민과 케인은 리그에서만 47골을 합작하며 디디에 드록바-프랭크 램파드 듀오(36골)를 제치고 최다 합작골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득점도 사이좋게 손흥민이 24골, 케인이 23골을 넣으며 딱 절반씩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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