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하라고 해서 끝까지 했더니…”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10차전에서 8회말 비디오판독 결과에 항의하다 퇴장 조치를 당했다.
두산이 4-8로 뒤진 8회말 공격이었다. 선두타자로 등장한 양석환이 삼성 김재윤의 초구를 공략해 가운데 담장 쪽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타구의 낙구 지점이 애매한 상황에서 2루심은 홈런 판정을 내렸고, 그라운드로 타구가 튀어나온 가운데 삼성 야수진은 수비를 포기했다. 양석환은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2루와 3루를 거쳐 홈에 도달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판정을 기다렸다.
삼성 벤치가 곧바로 홈런 타구 판정과 관련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중계화면 상 타구가 중앙 담장 상단의 노란 바를 맞고 튀어나온 게 확인됐고, 심판진은 양석환의 홈런을 3루타로 정정했다.
이승엽 감독이 즉각 벤치에서 나와 비디오판독 결과에 항의했다. 혼란 속에서 끝까지 플레이를 펼쳐 홈을 밟은 양석환에게 3루타 판정을 내리는 게 부당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긴 항의 끝에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고, 이 감독은 KBO 규정에 의거 비디오판독 결과 항의에 따른 퇴장을 당했다. 이 감독의 시즌 3호 퇴장이었다.
심판진은 더그아웃에 있던 양석환을 향해 3루 복귀를 지시했다. 잠시 더그아웃에서 무언의 항의를 한 그는 3루로 향하는 과정에서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바닥에 집어던지며 분노를 표출했다.
두산 관계자는 이 감독 퇴장 이후 취재진에 “작년 롯데전에서 심판진이 구단에 어떤 상황에서도 일단 끝까지 플레이하라는 말을 해서 구단은 그 동안 계속 선수들에게 끝까지 플레이하라는 주문을 해왔다. 오늘도 양석환이 끝까지 뛰었는데 최종 판정이 홈런이 아니었다”라고 전했다.
두산은 지난해 7월 26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조수행이 스트라이크 낫아웃 판정와 관련해 오심 피해를 봤다. 당시 조수행은 볼카운트 2B-2S에서 헛스윙했는데 롯데 포수 유강남이 공을 뒤로 빠트린 걸 보고 1루로 향해 뛰려고 했다. 이 때 주심이 ‘파울’을 선언하면서 조수행은 행동을 멈췄다.
비디오판독 결과 조수행이 휘두른 방망이에 공이 맞지 않은 게 확인됐다. 만일 주심이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면 조수행은 스트라이크 낫아웃 출루가 가능했다. 조수행은 결국 헛스윙 삼진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두산 관계자는 “주심의 파울 선언에 조수행이 1루로 뛰려다가 멈췄다. 당시 심판진이 구단에 끝까지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말해서 오늘도 양석환이 끝까지 플레이를 한 것”이라며 “비디오판독 끝 홈런이 아닌 게 확인되면서 심판진이 양석환을 3루에 재배치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두산은 양석환이 3루로 이동한 뒤 김기연의 희생플라이가 나오며 결국 1점을 획득했지만, 삼성에 5-9로 패하며 삼성전 6연패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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