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루가 가장 자신있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20)이 KBO리그 최강의 공격수로 우뚝 섰다. 잘 치는 것만이 아니다. 잘 달린다. 그것도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흐름을 가져오는 순간이동성 주루에 모두들 혀를 내둘렀다. 20홈런-20도루를 작성하고 리그에서 장타율이 가장 높은 강력타자가 광속 엔진까지 장착한 셈이다.
지난 9일과 10일 LG와의 잠실경기에서 주루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9일 경기에서는 9-4로 앞선 8회초 공격에서 1사1,3루에서 나성범의 우중간 2루타가 터졌다. 우익수가 재빨리 차단해 우중간을 가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1루주자로 나선 김도영은 질풍노도처럼 달리더니 간발의 차이로 홈을 밟아 쐐기점을 뽑았다. 다른 주자였다면 홈을 욕심낼 타구가 아니었는데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10일 경기는 주루의 백미를 보여주었다. 0-2로 뒤진 9회초 1-2로 추격한 직후 1사 1루에서 유격수 땅볼을 때렸다. 빠른 발을 이용해 병살을 막았다. 이어 최형우의 좌중간 적시타가 터졌는데 홈까지 쇄도해 동점을 만들었다. 도루 스타트를 끊었는데 최형우 타구의 속도와 방향이 좋았다.
그래도 다른 선수라면 언감생신 홈까지 생각하기 힘들었지만 김도영은 순간이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광속질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타점 1위를 달리는 최형우에게 타점 1개를 선물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팀은 기세를 살려 10회초 3점을 뽑아 귀중한 역전승이자 5연승을 달렸다. 김도영의 발이 역전극을 이끌어냈다.
김도영의 스피드는 KBO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스로 "가장 자신있는 것은 주루이다"라고 말한다. 지난 2월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1루까지 뛰는 시간을 측정해 팀내 1위를 기록했다. 더욱 큰 장점은 뛰면 뛸수록 더 빨라진다는 것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천천히 뛰는 것 같은데 여유있게 홈에 들어거더라. 야수들에게 2루주자 김도영이면 홈에 던지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도영은 4월 KBO리그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를 작성했고 6월에는 전반기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전반기에만 두 번이나 월간 MVP를 수상했다. 23홈런-26도루를 기록 최연소 30홈런-30도루에 접근중이다. 타율 3할3푼7리, 61타점, 83득점, OPS 1.020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은 유일하게 6할(.614)대를 기록중이다.
특히 득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압도적인 1위이다. 2위 KT 멜 로하스 주니어(66점)보다 17점이 많다. 후속타자들의 득점타가 이어지는 것도 있지만 빠른 발을 이용해 득점을 많이 올리는 능력도 출중하다. 그래서 김도영이 현존 KBO리그 타자 가운데 가장 위험한 공격수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다. 이종범의 재림이라는 평가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직은 수비는 실책이 잦고 아직 보완할 점도 많다. 그러나 실책으로 김도영을 폄훼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아직 3년차 내야수인지라 충분히 경험과 경기를 통해 능숙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한다. 강력한 타격과 해결사 본능에 흐름을 바꾸는 주루능력까지 눈호강을 시켜주기 때문이다. KIA는 야구천재 이종범의 대를 잇는 최강의 공격수를 보유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