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축구인에게 돌아오는 것은 철퇴 뿐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7일 "축구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감독 울산HD 감독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광주전을 마지막으로 울산 지휘봉을 놓았다.
축구협회는 백명 이상의 외국인 감독을 검토하고 최종후보를 추려 접촉해 협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결론은 돌고 돌아 현직 K리그 울산감독 홍명보였다.
축구협회가 말한 새 감독의 조건인 ‘빌드업 축구’, ‘한국축구의 철학’, ‘선수단 장악과 통솔능력’ 등은 팬들에게 전혀 공감을 얻지 못했다. 팬들은 “그렇게 잘 아는 협회가 왜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낸 파울루 벤투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무능한 위르겐 클린스만을 선임했냐”며 협회의 결정을 조롱하고 있다.
내부고발도 터졌다. 박주호는 지난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을 사퇴하며 국가대표 선임과정에 대해 폭로했다. 박주호는 "지금 흘러가는 방향이면 전강위가 필요없다는 확신이 든다. 홍명보 감독님도 안 하신다고 했는데 하게 됐다.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아무것도 없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홍명보 감독은 “영상도 봤고 내용도 안다. 개인적인 생각은 박주호 위원이 자기가 가진 커넥션을 통해 전강위 활동을 아주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일들이 축구계에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박주호를 응원했다.
그럼에도 축구협회는 박주호의 발언이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박주호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이 SNS 출연 영상을 통해 전력강화위원회 활동과 감독선임 과정을 자의적인 시각으로 왜곡한 바, 이것이 언론과 대중에게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축구협회에게 내부고발로 낙인이 찍힌 박주호는 앞으로 K리그 지도자 등 축구계에서 관련업에 종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선배 이천수 역시 박주호의 상황을 걱정했다. 이천수는 “박주호는 외국생활을 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이다. 선배 축구인들이 못났다. 선배들이 해줘야 할 일을 못해줬다. 멋있게 늙어야 하는데 얼마나 답답했으면 주호 같은 후배가 내부고발까지 하겠나. 박주호 솔직히 엄청 힘들어진다. 축구계에 정착을 못한다”고 걱정했다.
이어 이천수는 “난 축구계에서 왕따다. 팬들이 들고 일어나도 안바뀐다. 난 지금까지 피한 적이 없다. 하지만 나도 지치고 피곤하다. 이천수 입 다문다는 소리는 안했으면 좋겠다. 박주호를 지켜준다고 응원하지도 말아라”고 당부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 역시 현실을 한탄했다. 그는 “한국축구가 퇴보했다는 말에 동의한다. 2002년 월드컵 이후로 20년 만에 또 다른 황금세대가 나왔다. 2026년에는 엄청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 있었다. 저도 팬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영표 위원은 “전강위 절반이 사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축구인들의 한계를 봤다. 저를 포함해서 우리 축구인들은 행정을 하면 안된다.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그럴 만한 자격이 없다. 전강위 10명도 필요없다. 앞으로 전략적으로 능통한 네 사람 정도면 충분하다. 대표팀 감독이 해임하면 전강위도 다 해체된다. 이번 일을 교훈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