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에는 과거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타자였던 이승엽 감독도 있고,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일본 최고의 투수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상대로 홈런을 친 양의지도 있다. 일본프로야구 진출이 꿈인 시라카와 케이쇼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구단이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지난 10일 오전 일본인 우완투수 시라카와와 총액 400만 엔(약 3400만 원)에 대체 외국인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은 외국인투수 브랜든 와델이 지난달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왼쪽 어깨 견갑하근이 부분 손상되는 악재를 맞이했다. 두 차례의 병원 검진을 통해 당시 기준 3주 후 재검진이 잡히면서 두산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올해부터 도입한 단기 외국인투수 영입 제도로 시선을 돌렸다. 후보군이 시라카와와 과거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였던 에릭 요키시 2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두산은 비자 문제가 없고, 최근까지 KBO리그를 뛴 시라카와를 대체자로 전격 낙점했다.
시라카와는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정교한 제구력을 갖추고 있다.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등 변화구가 예리한 각을 자랑한다. 시라카와의 지난 6주 간 기록은 5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인데 잠깐 시행착오를 겪었던 6월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1⅓이닝 8실점 7자책)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이 2점대로 낮아진다.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 꼼꼼한 경기 준비 등 그라운드 밖에서의 태도 역시 높은 점수를 받은 터.
두산 이승엽 감독은 10일 수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단 급한 불은 껐다. 물론 여전히 물음표는 남아있다”라며 “시라카와는 다시 독립리그로 가는 것보다 두산에서 더 프로를 경험하는 게 낫다고 본다. 나이가 어린 선수라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일본프로야구와 경기를 준비하는 게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6주 동안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시라카와가 SSG와 계약 만료 후 고국으로 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 두산의 손을 잡은 이유는 명확하다. 두산행을 그의 최종 꿈인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보다 앞당길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겼기 때문이다.
시라카와는 10일 두산 공식 유튜브 ‘베어스TV’를 통해 “두산에 입단해 기쁘고 팀의 일원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 도쿠시마로 돌아가는 것보다 수준 높은 KBO리그에서 뛰는 게 NPB로 향하는 데 좋을 거 같아서 입단을 결심했다”라고 밝혔다.
두산에는 SSG와 달리 이른바 ‘지일파’ 지도자가 수두룩하다. 일단 사령탑인 이승엽 감독이 지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통산 797경기 159홈런을 때려낸 레전드이며, 일본 출신의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코치, 고토 고지 3루 코치도 있다. 시라카와가 언제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감독은 “일본어를 한다고 해도 같은 국적이 아니면 불편할 수 있다. 속마음까지 이야기하려면 일본 국적이 편하다”라며 “우리 팀에는 일본인 코치 2명에 일본어 통역도 2명이 있다. 또 나도 일본어를 한다. 통역을 거치면 아무래도 말을 빼먹을 수 있고, 전달이 잘못될 수도 있다. 선수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좋다”라고 바라봤다.
시라카와가 두산 라이프를 기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152억 포수’ 양의지와의 배터리 호흡이다.
시라카와는 “베테랑 포수 양의지가 다르빗슈를 상대로 홈런을 치는 걸 TV로 본적이 있다. 그 포수와 배터리를 이루는 날이 올 줄 몰랐다”라고 놀라워했다.
양의지는 지난해 3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B조 조별리그 일본과의 경기에서 3회 무사 2루 다르빗슈에 좌월 선제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시라카와를 비롯해 일본 젊은 야구선수들이 동경하는 다르빗슈 상대로 홈런을 친 타자이기에 시라카와의 관심은 당연해 보였다.
12일 수원 KT 위즈전에 앞서 두산 선수단 합류 예정인 시라카와는 “1승이라도 더 많이 거두면서 개인적으로 (6주 동안) 전승을 하는 게 목표다. 팀 승리에 최대한 공헌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시라카와는 오는 1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두산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를 계획이다.
한편 이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노리는 시라카와를 향해 "꿈은 크게 갖는 게 당연한 것이다. 일본에서 야구를 했던 선수라서 당연히 NPB로 가는 게 목표일 것"이라며 "앞으로 야구 인생을 봤을 때 독립리그보다 6주 동안 여기서 뛰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도움을 줄 거고, 시라카와도 승리를 통해 우리에게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라는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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