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은 처음 본다”며 김택연(두산 베어스)의 직구에 혀를 내두른 ‘천재타자’ 강백호(KT 위즈). 그런데 어떻게 그를 상대로 데뷔 첫 끝내기를 칠 수 있었을까.
프로야구 KT 위즈 간판타자 강백호는 지난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0차전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6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짜릿한 끝내기승리를 이끌었다.
8회말까지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강백호. 스타플레이어답게 가장 안타가 필요한 순간 경기 첫 안타를 신고했다.
6-6으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말 2사 1, 3루 찬스였다. 6번째 타석을 맞이한 강백호는 두산 신인 마무리 김택연 상대로 0B-2S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이후 침착하게 볼 3개를 골라내며 풀카운트 승부를 만들었고, 6구째 135km 슬라이더를 제대로 받아쳐 중앙 담장을 직격하는 안타로 연결했다. 2018년 KBO리그 무대에 혜성 같이 등장한 강백호가 데뷔 첫 끝내기안타를 때려낸 순간이었다.
경기 후 만난 강백호는 “한 번쯤은 (끝내기안타를) 쳐보고 싶었다. 많이 늦게 나온 거 같긴 하다. 오늘 이렇게 내 끝내기안타로 팀이 이길 수 있어서 되게 기쁘다”라고 감격의 첫 끝내기 소감을 전했다.
앞서 5타수 무안타 침묵했지만 초조함은 없었다. 강백호는 “앞선 타석에서 좋은 배럴 타구가 나오긴 했다. 타격감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야수 정면으로 가면서 결과론적으로 좋지 않았다. 그래도 과정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경기했지만 감각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강백호가 상대한 투수는 9회말 등판해 이른바 ‘미친 돌직구’로 KT 타선을 무력화시킨 두산 특급 신인 김택연이었다.
김택연은 6-6으로 9회말 마운드에 올라 오재일, 배정대, 황재균의 순의 KT 중심타선을 공 9개로 3타자 연속 삼진 처리했다. KBO리그 역대 9번째이자 베어스 역대 4번째 한 이닝 최소 투구 3탈삼진, 즉 무결점 이닝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1982년 KBO리그 출범 후 최초로 신인이 공 9개를 이용해 삼진 3개를 잡아냈다.
김택연은 기세를 이어 10회말 선두타자 김상수와 박민석을 연달아 삼진 처리했지만, 2사 후 홍현빈의 볼넷, 멜 로하스 주니어의 안타로 처한 1, 3루 위기에서 강백호 상대로 쓴맛을 봤다.
강백호는 “김택연은 9회에 공이 너무 좋더라. 진짜 너무 놀라웠다. 이런 공은 거의 처음 봤다. 밖에서 볼 때 공이 이렇게 좋다고 느낀 투수는 처음이었다”라며 “김택연과 첫 맞대결이었는데 공이 너무 좋다보니 직구에 늦으면 안된다는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임했다. 실제로 직구가 들어왔을 때 올해 본 직구 중에 가장 힘이 좋아보였다”라고 되돌아봤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끝내기를 친 비결도 들을 수 있었다. 강백호는 “2스트라이크든 0스트라이크든 어차피 김택연을 상대할 때는 직구 타이밍에 어떤 공이든 대처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직구에 포커스를 맞추고 끝까지 갔다. 집중을 하다 보니 카운트를 다시 내 쪽으로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 그러면서 슬라이더가 조금 앞에서 맞았다. 그냥 운이 좋았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KT는 강백호의 끝내기에 힘입어 두산을 잡고 후반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다. 6연속 위닝시리즈의 발판을 마련한 값진 승리였다.
강백호는 “솔직히 타구 속도 170km가 넘는 타구를 하루에 2개나 쳤는데 둘 다 잡히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다. 조금 아쉬웠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며 “우리 팀이 후반기 시작하기 전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오늘 경기를 발판으로 앞으로 계속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강백호는 끝내기와 관련한 소소한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그는 “끝내기안타를 치고 2루 베이스를 밟았어야 2루타가 되는 건데 처음이라서 2루까지 가지 않았다. 장타율을 더 높이지 못해 아쉽다”라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