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영건 시라카와 케이쇼는 어떻게 KBO리그 56승에 빛나는 에릭 요키시를 제치고 두산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
프로야구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9일 수원 KT 위즈전이 우천 취소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시라카와를 브랜든 와델의 단기 대체 외국인선수로 낙점한 배경을 전했다.
전반기 내내 외국인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두산은 닷새 전 에이스 알칸타라를 웨이버 공시했고, 어깨를 다쳐 6주 이상 이탈하게 된 브랜든의 단기 대체 선수를 물색해왔다. 그 결과 4일 알칸타라의 대체 외인 조던 발라조빅을 총액 25만 달러(약 3억 원)에 영입한 데 이어 브랜든 대체자로 SSG에서 단기로 활약한 바 있는 일본 독립리그 에이스 출신 시라카와를 낙점했다.
SSG 랜더스는 기존 외인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옆구리 부상을 당해 ‘일본 독립리그 에이스’ 출신 시라카와와 6주 단기 계약했는데 기대 이상의 투구를 펼치면서 국내 경쟁력을 입증했다. SSG가 지난 2일 오후 시라카와와의 계약 종료를 공식 발표하면서 단기 외인이 필요했던 두산에 때마침 매력적인 선택지가 추가됐다.
시라카와는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정교한 제구력까지 갖추고 있다.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등 변화구의 각이 예리하다. 시라카와의 6주 간 기록은 5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인데 잠깐 시행착오를 겪었던 6월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1⅓이닝 8실점 7자책)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이 2점대로 낮아진다. 5일 로테이션 소화가 힘들다는 약점이 있지만, 비자 문제가 없고, KBO리그의 2024시즌 트렌드에 적응을 마친 상태다.
시라카와는 고국 일본으로 향하지 않고 한국에 남아 웨이버 기간을 보냈다. 지난 5일 창원 SSG-NC전에서 발발한 벤치클리어링 때 흥분한 한유섬을 말리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3일 KBO에 웨이버 공시된 시라카와 선택권은 공시 시점 순위의 역순으로 일주일 동안 주어졌다. 두산의 3일 기준 순위는 4위로, 원칙 상 10위 키움, 9위 한화, 8위 KT, 7위 롯데, 6위 NC, 5위 SSG의 영입 의사가 없어야만 두산이 영입할 수 있었다. 결국 클레임 마감 기한이었던 지난 9일까지 SSG를 제외한 5개 구단 모두 시라카와를 택하지 않으며 두산이 이날 영입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당초 두산은 시라카와와 더불어 과거 키움 히어로즈에서 56승을 거뒀던 에릭 요키시 영입에도 관심을 보였다. 요키시의 ‘몸이 괜찮다’는 연락을 받은 뒤 체류비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입단테스트를 제의했고, 지난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요키시의 두 차례의 테스트를 유심히 지켜봤다. 요키시는 최고 143km의 직구를 뿌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두산은 왜 요키시보다 경험이 부족한 시라카와를 택한 것일까. 수원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선수를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장점은 잘 모른다. 영상으로 봤을 때 주무기인 포크볼을 인상적으로 봤다”라며 “처음 한국에 왔을 때보다 경험이 쌓였을 것이다. 사직에서 다리를 벌벌 떨었다고 하던데 5번 던지면서 많이 안정이 됐을 거로 본다. 직접 투구를 봐야할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추가로 이 감독은 “(단기 대체 외인이) 4~6번 정도 등판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요키시는 비자 문제가 있고, 1년 동안 소속팀이 없었다. 물론 한국 무대 경험이 있지만 실전 감각을 고려했을 때 최근까지 국내에서 뛰었던 시라카와가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9일까지 기다린 다음 우리 순번이 오면 시라카와를 고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두산은 시라카와와 더불어 알칸타라의 대체 외인 조던 발라조빅도 입국 후 KBO리그 데뷔를 준비 중이다. 이 감독에 따르면 10일 시라카와와의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가정 아래 시라카와가 1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 발라조빅이 14일 잠실 삼성전에 나란히 등판할 계획이다. 후반기 새 외인 듀오를 앞세워 3위 그 이상의 순위를 노리는 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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