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개인 통산 9번째 만루 홈런을 쏘아올렸다. 국내 선수 최고령 만루 홈런 기록을 세웠다.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LG의 1~2위 맞대결. KIA는 1회 3~6번 중심타선의 4연속 안타로 3-0으로 앞서 나갔다. KIA는 3회 1점, 5회 1점을 더 달아났다. LG가 0-5로 뒤진 5회말 2점을 추격했다.
5-2로 앞선 KIA의 6회초 공격, LG는 선발 켈리를 내리고 김영준을 2번째 투수로 올렸다. 선두타자 박찬호가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로 출루했다. 소크라테스는 2루 베이스 옆을 빠져나가는 중전 안타로 무사 1,3루 찬스를 만들었다. 최원준은 1루수 땅볼로 아웃되며, 주자들은 2,3루가 됐다.
김영준이 김도영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내고, 투수가 교체됐다. 좌완 이상영이 올라와 좌타자 최형우를 상대했다. 최형우는 2볼-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슬라이더(125km)를 끌어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 홈런을 쏘아올렸다. 타구 속도 166.3km, 발사각 22.3도, 비거리 110.8m였다.
이상영은 최형우 상대로 슬라이더만 5개 연속 던졌다. 볼-헛스윙-볼-헛스윙에 이어 5구째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몰렸고, 경험 많은 최형우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9-2로 달아나는 그랜드 슬램을 터뜨리며 KIA 벤치는 환호했다.
최형우의 만루 홈런은 KBO 역대 국내 선수 최고령 만루홈런 기록(40세 6개월 23일)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2022년 9월 20일 롯데 이대호가 40세 2개월 30일에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한 KBO 역대 최고령 만루 홈런 기록은 롯데 호세(41세 3개월 29일)가 갖고 있다.
최형우는 1회 1사 2루에서 우중간 적시타로 1타점을 기록했고, 3회는 무사 1루에서 좌선상 2루타로 무사 2,3루 찬스를 만들었다. 6회 만루 홈런까지 이날 5타수 3안타 5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78타점으로 타점 1위를 질주했다.
최형우는 경기 후 또 최고령 기록을 세웠다고 하자 “최고령 기록보다 아까 그 상황에서 쳤던 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LG랑 너무 힘든 게임을 하는데, 그 때 점수를 안 빼면 상대가 무조건 쫓아온다. 마침 점수를 많이 내서 좋았다”고 말했다.
LG가 앞타자 김도영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내 만루를 채우고 최형우를 상대했다. 자극받지는 않았을까. 최형우는 “아무런 느낌 없었다. 이제는 그런 게 아예 없다. 아무 느낌 없다. 그냥 1아웃이니까 타점을 낼 수 있는 확률이 높잖아요. 그래서 기분 좋게 그냥 타점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들어갔다”며 “젊었을 때는 좀 어이없어 했겠지만 지금은 진짜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상영과 승부 상황을 묻자, 최형우는 “거의 처음 상대하는 투수였다. 처음 보는 느낌, 그런데 슬라이더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많이 휘더라. 약간 반즈 느낌. 그래서 2스트라이크 되고서 약간 중 타이밍으로 놓고 어떻게든 컨택을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느낌에 2번 헛스윙 한 것이 커트가 됐어야 되는데, 헛스윙을 하니까 이건 좀 다르다라고 느꼈다. 근데 진짜 운 좋게 몸쪽에서 가운데로 들어오는 실투가 들어왔다. 그전에 헛스윙했던 볼이 왔으면 아마 또 헛스윙했을 거다”고 덧붙였다.
만루 홈런을 치고 동료들과 크게 기뻐했다. 최형우는 “LG가 2위팀이라서 아마 그랬던 것 같다. 후반기부터 엄청 중요한 팀이랑 붙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랬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반기 막판 삼성에 3연승을 거뒀고, 후반기 첫 경기 LG에 승리했다. 최형우는 “2위 팀과 하는데 이기면 좋죠. 분위기도 끌어올리고 좋고, 여러 가지로 오늘 분위기는 참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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