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라카와 케이쇼에 밀려 KBO 복귀의 꿈이 무산된 에릭 요키시. 그러나 그의 열정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부상을 당한 브랜든 와델의 단기 대체 외국인선수 물색에 나선 두산 베어스의 선택은 요키시가 아닌 시라카와였다.
프로야구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후반기 대비 훈련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일(9일)까지 기다렸다가 우리 순번이 오면 시라카와를 선택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두산은 외국인투수 브랜든이 지난달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왼쪽 어깨 견갑하근이 부분 손상되는 악재를 맞이했다. 두 차례의 병원 검진을 통해 당시 기준 3주 후 재검진이 잡히면서 두산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올해부터 도입한 단기 외국인투수 영입 제도로 시선을 돌렸다.
KBO는 올 시즌부터 외국인선수가 장기 부상을 입어 이탈할 경우 대체 외국인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끔 제도를 손봤다. 소속 외국인선수가 6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당할 경우 기존과 같이 계약해지 후 새로운 외국인선수를 등록하거나 해당 선수를 재활 선수명단에 등재하고, 선수가 복귀할 때까지 교체 횟수를 사용하지 않고 대체 외국인선수와 계약해 경기에 출장시킬 수 있다. 이미 SSG 랜더스,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등이 해당 제도를 이용한 터.
두산은 브랜든 대체 외인을 리스트업 하던 도중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과거 키움 히어로즈에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군림한 요키시가 복귀 의지를 전한 것이다. 선택지가 1개 더 추가된 두산은 항공권, 숙박 등 체류비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요키시에게 입단테스트를 제의했다.
요키시는 지난 2019년 키움 유니폼을 입고 2023년까지 5시즌 통산 130경기 56승 36패 평균자책점 2.85로 호투했다. 첫해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10승(13승-12승-16승-10승)을 거뒀고, 2020년부터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2.14-2.93-2.57)을 기록하며 리그를 평정했다. 요키시는 불운하게도 작년 6월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며 키움에서 방출됐다.
요키시는 두산 2군 베이스캠프인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총 두 차례의 입단테스트를 실시했다. 1차 입단테스트에서 시차 적응 및 장시간 비행 이슈에도 투구수 45개에 직구 최고 구속 143km를 마크했고, 2차 테스트에서도 45개를 던지며 143km의 직구를 뿌렸다. 이 감독은 당시 “나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지금 상태가 90% 정도로 보여진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요키시의 열정은 합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때마침 SSG가 단기 외국인투수로 영입한 일본 독립리그 에이스 출신 시라카와의 계약이 2일 부로 만료됐는데 두산은 1년 동안 실전 경험이 없고, 비자 발급이 필요한 요키시보다 최근 한국야구 트렌드를 경험하고 비자 이슈가 없는 시라카와가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시라카와의 6주 간 기록은 5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로, 시행착오를 겪었던 6월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1⅓이닝 8실점 7자책)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이 2점대였다.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비롯해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등을 곁들여 정교한 제구력을 뽐냈다.
사실 경력만 보면 요키시 영입이 당연한 선택으로 보였지만, 비자 발급으로 인해 6주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또 소속팀 없이 개인 운동을 꾸준히 했다고는 하나 실전 감각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 감독은 “아마 누구든 우리 팀에 오면 4~6번 정도 등판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요키시는 비자 문제가 있고, 1년 동안 소속팀이 없었다. 물론 한국 무대 경험이 있지만 실전 감각을 고려했을 때 최근까지 국내에서 뛰었던 시라카와가 낫다고 판단했다. 9일까지 기다린 다음 우리 순번이 오면 시라카와를 고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키시는 짧은 이천 생활을 마치고 지난 8일 고국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 감독은 “사실 요키시가 너무 고맙다. 먼저 연락을 해줬고 하루 만에 왔다. 입국 후 24시간도 안 돼서 불펜피칭을 했다. 한국야구에 대한 그리움, 또 여기서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열정에 경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물론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되겠지만 내년도 있고, 또 올해도 기회가 생긴다면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다. 한 번 맺은 인연을 쉽게 쳐낼 수 없기 때문에 잠깐이지만 아주 좋은 마음을 갖게 됐다”라고 다음을 기약했다.
한편 시라카와는 지난 3일 KBO에 웨이버 공시됐다. 시라카와 선택권은 웨이버 공시 시점 순위의 역순으로 일주일 동안 주어지며, 두산의 3일 기준 순위는 4위였다. 원칙 상 10위 키움, 9위 한화, 8위 KT, 7위 롯데, 6위 NC, 5위 SSG의 선택을 기다려야하는데 SSG를 제외한 5개 구단 가운데 단기 외국인선수가 필요한 구단은 사실상 두산 뿐이다. 5개 구단의 외인이 9일 회복에 6주 이상이 소요되는 부상을 당할 수 있는 변수가 존재하나 이 역시 희박하다.
두산은 빠르면 오는 10일 시라카와 영입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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