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랭피크 드 마르세유가 황희찬(28, 울버햄튼)을 품는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20%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마르세유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이다. 리그1에서 9번이나 우승했고, 쿠프 드 프랑스 우승도 10차례나 된다. 1993년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정상에 올랐다. 지금까지도 유일한 프랑스 우승팀으로 남아있는 마르세유다.
마르세유는 최근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을 선임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데 제르비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 명장으로 유명하다. 그는 2022-202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PL 브라이튼을 지휘하며 공격적인 축구로 성과를 냈다. 첫 시즌부터 브라이튼을 리그 6위로 이끌며 '구단 역사상 최초 유럽대항전 진출'이라는 역사를 만들었다.
데 제르비 감독의 큰 숙제 중 하나는 공격진 보강이다. 마르세유는 이미 일리망 은디아예를 에버튼에 매각한 상황. 은디아예는 지난 시즌 마르세유 유니폼을 입었지만, 모든 대회를 통틀어 46경기 4골에 그치며 부진했다. 결국 마르세유는 1년 만에 그를 떠나보내며 1850만 유로(약 277억 원)를 회수했다.
은디아예가 나간 만큼 새로운 공격수가 필요한 마르세유. 데 제르비 감독은 프리미어리그(PL)에서 직접 적으로 만나봤던 황희찬을 점찍었다.
프랑스 '레퀴프'는 지난 5일(한국시간) "마르세유가 황희찬에게 관심 있다. 데 제르비 감독의 승인을 받아 공격 옵션 리스트에 넣었다"라며 "황희찬은 (마르세유 수뇌부의) 만장일치로 주목받았다. 마르세유 보드진은 메이슨 그린우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황희찬을 좋아한다. 마르세유는 이미 2020년 황희찬 영입을 시도한 바 있다"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풋 메르카토' 역시 "마르세유는 황희찬을 좋아한다. 그들은 공격진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목표를 노리고 있다. 그린우드에 이어 황희찬도 주시하고 있다"라며 "그린우드만이 유일한 영입 대상이 아니다. 황희찬도 마르세유를 기쁘게 한다"라고 전했다.
특히 데 제르비 감독이 황희찬을 원하는 모양새다. 풋 메르카토는 "황희찬은 데 제르비 감독이 검증한 프로필이다. 과거 그를 주목했던 파블로 롱고리아 마르세유 회장에게도 인기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레퀴프도 "데 제르비 감독은 브라이튼을 이끌 때 황희찬을 마주했다. 그의 강렬한 플레이 스타일을 좋아한다"라고 밝혔다.
물론 울버햄튼이 순순히 황희찬을 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황희찬은 바로 직전 시즌 울버햄튼 에이스급으로 활약한 선수이기 때문. 그는 2023-2024시즌 중앙 공격수 역할까지 완벽히 수행, 공식전 31경기 13골 3도움을 터트리며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
'코리안 가이'라는 새 별명까지 얻었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황희찬을 울버햄튼의 키플레이어로 뽑으면서도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 것. 황희찬은 맨시티를 상대로 두 경기 연속골을 뽑아내며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자기 이름을 똑똑히 각인시켰다.
당연히 울버햄튼 팬덤도 황희찬을 잃을 생각이 없다. 울버햄튼 소식을 다루는 '몰리뉴 뉴스'는 "울버햄튼이 황희찬을 싼 값에 판매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그는 울버햄튼과 게리 오닐 감독에게 있어 클럽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선수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그를 붙잡아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매체는 "마르세유는 아직 울버햄튼과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들은 손흥민이 '재능 있다'라고 칭찬한 황희찬의 몸값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며 "황희찬을 팔려면 매혹적인 최고 가격을 받아야 한다. 더 적은 금액으로 만족해선 안 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무엇보다 황희찬은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울버햄튼과 2028년까지 장기 재계약을 체결하며 미래를 약속했다. 황희찬의 이적 의사는 차치하더라도 마르세유가 울버햄튼을 설득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할 전망이다.
프랑스에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레퀴프도 "클럽 간 협상은 시작되지 않았다"라며 "마르세유는 2028년 6월까지 울버햄튼과 계약돼 있는 황희찬을 프랑스로 데려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선수가 현재 구단에 없기 때문에 협상 창구가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풋 메르카토 역시 "황희찬은 계약상 영입하기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그는 2022년 1600만 유로(약 239억 원)의 이적료로 울버햄튼 유니폼을 입었고, 현재 시장 가치는 2500만 유로(약 373억 원)에 달한다. 마르세유가 우위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사실상 데 제르비 감독이 황희찬을 품기는 어려운 상황. 이적 전문 매체 '트랜스퍼마크트'는 황희찬의 마르세유 이적 가능성을 20%로 분석했다. 대형 변수가 없는 한 다음 시즌 황희찬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함께 프랑스 무대를 누빌 일은 없어 보인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