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나 잘하지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잉글랜드는 오는 7일(한국시간) 독일 뒤셀도르프 아레나에서 열리는 2024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8강전서 스위스와 격돌한다. 잉글랜드는 앞서 열린 16강전서 슬로바키아에 0-1로 밀리다가 정규 시간 막판 터진 벨링엄의 골과 연장전서 터진 해리 케인의 골을 앞세워 힘겹게 8강에 올라왔다. 스위스는 16강서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 상대로 2-0으로 쾌승을 거둔 상황.
실제로 이번 대회 내내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잉글랜드 대표팀은 고전하고 있다. 어찌저찌 8강에 진출했지만, 모든 경기 졸전을 펼쳤다. 조별리그서도 부진했지만 토너먼트에 들어오자 경기력이 더욱 안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케인과 벨링엄 등 스타 군단으로 인해 유로에 참가한 팀 중 몸값은 1위지만 보여주는 모습은 확연히 기대 이하다. 특히 슬로바키아전에서는 사실상 탈락 직전까지 갔으나 벨링엄의 슈퍼 플레이 덕에 기사 회생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도 커진 상황. 사우스게이트 감독에 대해서 조언하는 비슷한 컨셉의 감독 출신 해설자가 있다. 바로 더 선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의 글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클린스만은 사우스게이트를 향해 자신의 신념을 끌고 가라는 내용을 전했다.이에 클린스만 감독은 기회가 올때마다 사우스게이트에게 조언을 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엔 사우스게이트의 전술적인 면을 비판하는 대신 인간적인 면을 칭찬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비난을 감수하고 팬들과 직면하는 모습은 참 존경스러웠다. 그는 슬로베니아전 0-0 무승부 이후 곧바로 라커룸으로 향해 화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잉글랜드 국민들에게 다가갔다. 팬들이 화가 났다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클린스만은 "사우스게이트는 상황과 직면했고 응원에 감사를 표했다. 몇몇 팬들은 그에게 플라스틱 맥주잔을 던지고 욕설을 뱉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은 사우스게이트의 행동에 감명받았을 것"라면서 "사람이라면 모두 칭찬을 좋아한다. 우린 인간이다. 그러나 비판을 받을 순간엔 이를 견딜 수 있는 넓은 어깨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이다. 때는 지난 2월 8일 인천국제공항.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대한민국 대표팀 일부 선수단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탈락 후 귀국했다. 당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한국은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0-2로 패배해 탈락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부임부터 목표는 아시아 정상이라고 큰소리 쳐왔지만, 꿈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아시아 축구 역사에 남을 만한 졸전이었다. 당시 경고 누적으로 김민재가 빠졌다고 하지만, 한국의 수비와 경기력은 처참했다. 16강, 8강과 같은 극적인 반전은 없었다. 경기는 그대로 0-2 패배로 막을 내렸다. '이번에야말로 우승한다'라고 자부했던 클린스만호의 여정은 보다 일찍 마무리됐다.
귀국 인터뷰가 마무리된 뒤 자리를 떠나는 클린스만 뒤로는 분노에 찬 "Go Home(집에 가라)!", "Fxxking Idiot(바보)" 등의 고함이 오갔다. 더 선을 통해 "비판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어깨가 필요하다"라고 말한 클린스만 감독은 당시 팬들에게 고함을 들은 뒤 굳은 표정과 '왜 나에게 화를 내느냐'라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며 공항을 빠져나갔다.
클린스만 감독은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야기하며 "버스 기사부터 언론 담당자, 공격수까지 모두가 신념으로 하나가 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 역시 본인이 이뤄내지 못한 것이다. 아시안컵 당시 대표팀 내에선 선수들의 불화가 터졌고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방치했다.
뒤이어 3일 다시 자신의 의견을 적은 클린스만, 이번에는 포메이션 변화를 권했다. 그는 "잉글랜드가 이번 유로에선 다른 걸 시도할 때가 됐다. 4-4-2 포메이션은 오만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래도 때로는 다른 선택을 내려야 한다. 늘 열린 생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팬들에게 좋지 못하게 들릴 수 있는 말도 첨언했다. 그는 "사우스게이트는 하루 종일 고민한 뒤 스위스전 선발 명단을 정할 것이다. 한 두 선수의 마음에 상처를 주더라도 용기를 내야 한다"라면서 "5600만 명의 감독이 잉글랜드에 있다. 이들의 말에 집중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토너먼트를 시작한 팀이 마지막까지 같은 모습을 보이진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여러모로 자신처럼 팬들을 척지고 자신만의 '마이 웨이'를 가기를 조언하는 것.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은 대단한 선수 출신이었으나 감독으로는 실패만 거듭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이전의 실패만을 보여준 채 최악의 모습만 남겼던 것이다. 과연 이런 클린스만 감독의 조언이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