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10점을 앞서다가도 8점 차가 되면 굉장히 불안했다. 지금은 1점 뒤지고 있다가 2점 뒤지게 되면 편안하다."
울산 HD는 5일 오후 7시 30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1 2024 21라운드에서 수원FC와 1-1로 비겼다.
이로써 울산은 지난 2021년 10월부터 이어오던 수원FC전 9연승을 마감했다. 10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가긴 했지만, 11승 6무 4패(승점 39)로 2위에 머무르며 선두 탈환엔 실패했다. 한 경기 덜 치른 포항(승점 37)의 경기 결과에 따라 3위로 떨어질 수도 있게 됐다.
두 골 모두 후반에 나왔다. 후반 16분 울산 아타루가 박스 안까지 밀고 들어간 뒤 허를 찌르는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수원FC는 후반 28분 정승원의 크로스를 강상윤이 정확히 마무리하며 동점골을 뽑아냈다.
경기 후 홍명보 울산HD 감독은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공수 전체적으로 공을 소유하면서 플레이하는 데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다만 결과가. 상대에게 많은 기회를 내주지 않고도 실점해서 아쉽다. 다른 부분에서는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슈팅이 부족했던 게 아쉽다. 만들어서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슈팅하려는 의식이 부족하다. 그것 외에는 전체적으로 괜찮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날도 체력적 부담이 눈에 띄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 체력 이야기가 나오자 "많이 떨어져 있다. 로테이션되는 선수들은 괜찮은데 계속 출전하는 선수들은 어려움이 있다. 특히 중앙 수비수들이 베테랑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잘 견뎌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김천, 포항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울산이다. 홍명보 감독은 "언젠가 우리에게 기회는 올 것이다.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솔직한 심정으로는 꾸역꾸역 팀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선발로 뛰어야 할 선수들이 4~5명 빠져 있다보니 약화될 수밖에 없다. 나도 마음이 안 좋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6월부터 선수들이 잘 견뎌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울산은 부상자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속 견디고 있는 상황. 홍명보 감독은 "우리는 상대를 압도하다가 운이 좋지 않으면 패배하는 경기를 몇 년간 해왔다. 반면 지금은 경기를 정말 어렵게 어렵게 이끌어나가고 있다"라며 "수비수의 중요한 역할은 공격의 시발점이다. 패스가 어디로 가냐에 따라 공격이 확 달라진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부상자 공백이 빌드업 부분에서 아쉽다. 아직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다다음주까지도 다친 선수들이 돌아오긴 어려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예년과 달리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보야니치를 제외하면 선발급 선수가 별로 없다. 홍명보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은 우리 팀뿐만 아니라 모든 팀에 중요하다. 6월에 마틴 아담도 유로에 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주민규도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마테우스는 수비적인 성향이 강하다. 우리는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다 보니 역할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루빅손이 있었다면 켈빈이 돕는 역할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켈빈의 경기력도 완벽하지 않다. 내 입장에서는 계속 우리가 해왔던 형태로 경기하고 싶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선수들이 돌아올 때까지 잘 견뎌야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 가장 큰 고비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연장에서 요코하마에 패했을 때였다. 굉장히 큰 위기였다. 중요한 경기에서 120분 연장을 했고, 계속되는 스케줄 속에서 체력 문제가 컸다. 선수들에게 어려움 속에서도 승점을 얻은 점을 칭찬했다"라고 덧붙였다.
요코하마와 비교하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은 "요코하마는 결승전을 치른 뒤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지만, 빨리 회복해서 이겨나갔다. 그래도 아직 2위인 점을 보면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선수들도 팬분들도 못 이기면 화나고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한 상태다. 선수들이 좀 더 복귀하고 원하는 멤버가 갖춰지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울산으로선 초반부터 압도적으로 치고나갔던 예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우리가 승점을 꽤 앞서 나갔다. 10점 넘게 앞설 때도 있었다. 하지만 10점에서 8점이 되면 굉장히 불안했다. 지금은 1점 뒤지고 있다가 2점 뒤지게 되면 편안하다. 그런 걸 보면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다"라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헝가리 국가대표 공격수' 마틴 아담과는 결별한 울산이다. 홍명보 감독은 "상호합의 하에 계약이 끝났다. 본인이 유럽에 있고 싶어 한다. 가족들 어려움도 있다. 계약 중에 선수들을 이적료 없이 보내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마틴이 우리 팀에 해준 걸생각하면 자유계약으로 풀어줘도 충분하다. 더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다. 마틴에게 행운을 빈다"라며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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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